나누고 싶은 이야기

본 남성합창단의 제5회 정기공연을 마치고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9. 24. 01:51

본 남성합창단의 제5회 정기공연을 마치고

이택희

토요일 남성합창단 공연. 2시부터 리허설이 있었고 7 30분부터 공연이 시작되었다. 진행자로부터 참석자들이 적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적잖이 실망이 된다. 첫 스테이지가 시작되고 무대에 서자 참석하신 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족히 사백 명 이상은 되어 보인다. 예상한 만큼의 인원이다. 이제 공연을 잘하는 일만 남았다.

1부 첫 곡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면서 지난 한해동안 허락하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했다. 감동이 밀려온다. 찬양하는 내내 함께 하시는 주님, 그분의 한량없는 사랑을 묵상하며 감사할 수 있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전율, 감전이라도 된 것일까? 

찬양을 드리는 동안 무척이나 행복했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무대에 서면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황홀감을 느낀다. 일종의 엑스터시. 무대에 서는 감격은 젊은 날 대학합창단에서 노래할 때나 지금 본 남성합창단에서 찬양할 때나 동일하다. 내 나이 오십 대 중반. 가능하면 육십 중반 칠십 대까지 노래하고 싶다.

셋째 곡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는 템포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감사하게도 무난히 넘어갔다. 수차례 정기연주회를 거치는 동안의 경험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예술가들이나 운동선수들이 큰 무대경험이 있느냐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2부의 곡들은 비교적 편안하다. 연습에 그리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지만 쉽게 불려진다. 나뿐만 아니라 대원들도 동일하게 느끼는 듯하다. ‘사랑해요.’ 후렴 부분에서 박재석 집사와의 자연스러운 눈 맞춤이 즐겁다. 굵직한 음성의 베이스. 때로는 직선적이면서도 유머가 있는 그가 있어 합창단 전체에 힘이 된다.

이번 5회 공연 중 무대장치와 연출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부분이 성경 이야기를 노래하는 3부 순서이다. 합창에 몰두하느라 골리앗 이선욱 집사와 태권 소년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였다. 온 힘을 다해 연기에 몰입해준 이선욱 집사와 태권소년께 감사.

3부 세 번째 곡은 여호수와 성을 쳤네’. 여리고 성을 돌면서 역사 속으로 들어가 예전 여리고 성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다. 어릴 적 성경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리고 성이 어떻게 무너졌을까 궁금했다. 성을 돌면서 그때 그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웅장한 성이 무너질 때 놀라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 이랬겠구나.” 싶다. 참석하신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

마지막 곡 요나. 연주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이 이번 공연 중 요나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우리 남성합창단이 정기공연에서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이라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고래를 만드느라 수고하신 박형년 집사와 안무를 맞아주신 정미경 집사께 박수를 보낸다. 기회가 되면 요나를 주제로 별도의 글을 하나 쓰고 싶다. 그때를 위해 이번 공연에서의 느낌은 좀 아껴둘까 한다.

다음 무대를 준비하느라 특별 순서 부쉘 가족의 노래를 듣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완벽한 호흡의 아카펠라를 들을 좋은 기회였는데. 언젠가 다시 기회가 있으리라.

77년 가을이었나 보다.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하여 노래와 연기를 한 적이 있다어렴풋한 조명 뒤로 보이던 관객들, 무대 장치 뒤의 퀴퀴하던 냄새와 어둠침침한 광경, 조명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모습,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을 하던 주역들과 합창단원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당시 끊이지 않던 박수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마다 그때의 감격을 떠올리곤 한다. 딱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번 공연에서도 동일한 감격과 기쁨을 경험했다.

멀리 캐나다에 와서까지 본 남성합창단 단원들과 끈끈한 우정과 동료애를 나눌 수 있으니 감사하다. 지휘자 김창일 목사님을 비롯한 동료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함께 노래할 기회를 주신 주님을 찬양한다.  

 2013년 9월 21일

  (포스트 카드 사이즈의 초청장 앞면과 뒷면)

(토론토에서 발행되는 신문에 실린 광고들) 

(공연 사진 1) 

 (공연 사진 2)

 (공연 사진 3)

 (공연 사진 4)

(공연 사진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