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2013 가을 본 시니어 대학 글쓰기 반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10. 20. 12:01

  2013년 본 시니어 대학 가을학기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만90세를 넘기신 고승만 선생님은 우등생이시다. 한 번도 클래스에 빠지신 적이 없다. 글도 가장 왕성하게 쓰신다.

이몽옥 선생님은 글쓰기를 통하여 몸과 마음을 치료받는 중이라며 기뻐하신다. 갑상샘 수술을 받으신 후 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목에 큼지막한 반창고를 부치고 나타나셨다. 쇳소리 섞인 음성으로 당신이 쓴 글을 낭독하실 때 말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지난주 국립박물관장을 지내신 최순우(1916년-1984년) 선생님의 바둑이와 나를 예문으로 나누어 드렸다. 글을 읽던 이한근 학생(?)이 젊으셨을 때 최순우 관장님께 사랑을 많이 받으셨다며 수줍게 웃으신다. 하루는 박물관에서 일을 거들어 드리며 실수로 도자기를 깼는데 오히려 격려해주셨단다그 최순우 선생님께서 쓰신 글이 맞느냐며 반가워하신다.

일이 있어 이번 주 수업은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수줍게 전화를 걸어오신 박윤아 사모님은 남편과 사별한 지 삼 년이 되었다. 한국에 다녀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독이 덜 풀리신 걸까. 

송경복 학생은 팔순이 넘은 남편과 죽고 못 사는 사이인데 그 비결이 궁금하다. 고승만 선생님의 글을 올려둔다.   

 

고향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고승만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 그래도 나이 들면서 고향이 더 그리워진다. 앞으로 가 볼 수 있는 희망이 없어서 더한지 모른다.

고향에서 24, 서울에서 44, 캐나다에서 22. 서울에서 가장 긴 세월을 보내고 결혼하고, 4남매 성장시켰는데도 고향이 더 그립다. 더욱 중추절이나 신정, 구정 때 고향 가는 사람들 보면 더욱 향수를 느끼니 왠지 모르겠다. 부모님 묘소도 서울에 있는데 말이다.

태양도 달도 같은데 한가지 별만은 달라서 고향별에다 정을 더 많이 부쳐서 그런지 모르겠다. 고향별은 더 커 보이고 더 빛나게 느껴져서인가. 서울의 별은 같은 별이지만 공기가 좋지 않아 빛나지 않고 작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별보기가 힘들고 몇 개만 빛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서 정이 안 든다.

얼마 전 저녁 식사 후 딸네 식구와 산책하러 나갔다 캄캄할 때 집으로 돌아오다 우연히 처음으로 북두칠성을 봤는데 빛나지도 않고 국자 모양도 작아 보여서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결국, 지금 생각하니 물론 여러 이유로 고향이 그립겠지만 크게는 24년간 태어나서 잔뼈가 굵어지고, 감수성이 강할 때에 자라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전성시대를 이루었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고 추억거리도 많아서 그럴 것이다.

30년대 말에서 40, 41년에 흑석동에서 하숙하면서 통학하였는데 여름방학 때면 대개 장마가 들었다. 일제 강점기라 치산치수가 잘 안 되어서 한강의 하상이 높아져서 저지대는 침수되었다. 서울역에서 기차로 고향으로 가다 보면 일산 근처는 물바다인데도 준급행으로 6시간 후면 고향에 도착하였는데 지금 우리 한민족은 무슨 죄가 많아서 제 나라 땅에서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단 말인가. 그것도 민족을 위하고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고 큰소리치고 들어온 일당 독재자의 횡포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들은 연안파(중국 연안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국내파(박헌영을 위시한)를 다 숙청하고 스탈린의 후원으로 스탈린식 무자비한 투쟁으로 왕조를 세우고 당원들과 군대만 가지고 왕조만 지키면 된다는 식이다.

일제 말에는 치산치수 안하고 휘발유가 없으니 소나무를 벌목하여 송탄유를 만든다면서 산을 반 벌거숭이로 만들고 해방과 6.25사변으로 산은 완전히 벌거숭이가 되었는데 60년대 이후 되면서 치산치수 잘하고, 한강 하상을 낮추고 낮은 곳의 침수를 막고 연례행사이든 보릿고개를 없애고 산업을 발달시키고 국가의 기반을 확고히 하여 현재의 한국을 이룩하게 한 공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 후 수박 두 덩어리(이북에서 쓰는 은어, 겉은 푸르고 속은 붉으니까) 통치자가 통치하면서 국론이 통일되지 못하고 종북 친북파가 생기고 대립만 하니 걱정이다. 어느 쪽이건 국가 민족은 나중이고 표심만 얻고자 하니 걱정이다. 이북의 생리를 확실히 파악하고 행동했으면 한다. 그들은 양다리 걸치는 회색분자를 제일 싫어한다. (모든 이야기는 내 생각과 경험에서 나온 것이니까 잘못이 있다 해도 관대히 봐 주시기 바란다.) 또 한가지 그들은 이용할 대로 이용하고는 필요 없으면 숙청한다. 그들의 야망은 적화통일이다.

고향 가는 길을 보려고 하면 몇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통일된 힘으로 군사, 경제,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월등하게 강해져서 절대로 넘보지 못하게 해야만 한다. 나는 독일 민족의 단결력을 높이 평가해 왔다. 분단에서 통일되었고 지금은 유럽연합의 경제를 좌우하고 있음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는 국가나 민족보다는 자신의 권익과 자기 당을 앞세우고 표심만 잡기 위한 사람이 있다. 통일된 힘으로 강해져야 고향 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지금 고향에는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지인도 있을 리 없다. 있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비행기 타고라도 상공을 지나면서 한번 내려다봐도 한이 없을 것 같다. 지금 이북에서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믿고 이런저런 도움을 바라지만 말고 우리 민족끼리 양보하면서 내왕하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중국은 광개토대왕비가 자기네 것이고 백두산도 자기네 것이라고 하는 판국에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 이북의 지하자원 개발권과 위화도 개발권을 주고 있으니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다 죽게 되었으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것인가. 그래도 같은 혈통에 같은 민족인데 민족끼리 상의하고 개발하면 이익이 있어도 우리 국토 안에 있을 것인데. 한국은 지금 재력이나 기술이 세계적인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위화도는 옛날(고려말)에 이성계가 야망을 품고 북벌하려 가다 고려를 멸망시키고자 회군한 곳이다.

또 한가지 현재 우리 조국 한국은 국회가 달라져야 한다. 국회의원 중에는 제대로 출석도 안 하고 입법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청문회는 무슨 큰 죄인을 심문하는 식으로 바라보니 민망스러울 정도다. (또 한 번 다리 부러진 장수가 성안에서 떠들었군)

하여간 외국에 나와서 조국을 바라보는 눈이 이곳과 비교하여 생각하게 되니 답답할 때가 많다. 조국이 부강하고 모범적인 국가가 되어야 우리 교민들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고 민족이 합심하여 국가를 위하면 고향 가는 길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