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섬김의 기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4. 12. 11. 01:47

노숙자를 위한 봉사에 참석하다. 이웃을 섬기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 오늘은 정무근, 정애희, 김덕만, 이기영 집사, 이기대, 김희체 장로께서 오셨다.

저녁 식사를 하시고 주무신 후 아침까지 드시고 떠나시는 손님들. 맛있게 드시고 편히 쉬다 가실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분들이 머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어쩐지 죄송스러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게 무슨 대수랴.

살다 보면 언제라도 어려움을 당할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삶. 이를 위해 수고하는 여러분이 계시니 감사하다. 이렇듯 더불어 서로 섬기며 살 일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글 '어느 노숙인의 기도'를 올려둔다.

 

<어느 노숙인의 기도>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 하겠노라 이를 깨물든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 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든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 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 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 하며

  석촌공원의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 소주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사서

  청계산 소나무 에 걸고 비겁한 생을 마감 하자니

 

  눈물을 찍어 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 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2014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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