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出刊)을 축하하며
이택희
글을 쓰는 것은 천형(天刑)과 같은 것이라 하였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지간히 머리를 쥐어짜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줄을 써 놓고 다음 줄을 이어가려면 머릿속이 하얘져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게 다반사이다. 특별히 캐나다 땅으로 옮겨와 뿌리를 내린 우리는 더욱 그러하리라.
언어란 쓰지 않으면 잊히기에 십상이다. 모국어도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되어 있다. “한글은 자꾸만 잊혀 가고 영어는 도무지 늘지 않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한 말이 아니다. 모국어로 된 신간서적조차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사는 우리 아니던가.
디지털 시대는 읽고 쓰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일상 가운데 이미지는 활자보다 더욱 강렬하고 빠르게 다가왔다. 글로 써서 표현하기보다는 이미지로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친근한 세상에 살고 있다.
쓴다 할지라도 문장을 길게 이어가기보다는 단문이나 기호를 이용하여 소통하기를 즐긴다.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글을 접하거나 쓸 기회를 잡기란 쉽지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읽고 쓴다는 게 더욱 어려워졌다.
본 시니어 대학에 출석하시는 어르신들이 쓰신 글을 읽으며 나는 깊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큰 노력이 있어야 하는 일이요 쉽지 않은 일임에도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수려한 글로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모국어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기억할 만하다. 언어란 그 민족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잣대이다. 이국땅에 살면서 언어를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 뿌리와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르신들께서 쓰신 글에는 삶의 역사가 묻어 있다.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서 개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 자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별히 이국땅에 사는 우리는 윗대가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자신의 뿌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된 지혜도 담겨 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젊은이에게 꼭 필요한 교훈이 아닐까.
흔히 글 속에는 쓴 사람의 인격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삶이 맑으면 글도 맑다고도 한다. 바른 삶을 사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쓰게 마련이라는 이야기이다. 글을 대하며 쓰신 분들의 마음이 참으로 맑고 밝음을 엿볼 수 있었다. 글속에 나타난 한 분 한 분의 삶을 접하며 숙연함마저 느꼈던 이유가 거기에 있을 터이다.
문학성의 유무를 따지기 이전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역사의 한 장이자 개개인의 인생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이 글은 더욱 가치가 있고 읽힐 만하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원고 정리로, 편집으로 수고해주신 본 시니어 대학 행정팀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터이다.
'미셀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김의 기쁨 (0) | 2014.12.11 |
---|---|
로고스 편지 (399) (0) | 2014.11.20 |
맨하탄 록펠러 센터 (0) | 2014.07.31 |
Congrats. Haejung Jang (0) | 2014.05.08 |
코스모폴리탄 (0) | 2014.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