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올랜도를 다녀올 계획이다. 한 주일가량 시간을 비워 다녀오려 한다. 용감하게도 아내를 떼어놓고 남자 네 명이 간다. 오십 대 중반의 나이, 대놓고 남자들끼리 여행하기에는 눈치가 보일만도 한데 수완이 좋은 편이다. 비행기로 이동하고 방 세 개인 타운하우스에서 묵으며 자동차를 대여해 다니기로 하였다.
토론토에 사는 어르신들은 겨울이면 최소 한두 주일 따뜻한 남쪽 나라에 다녀온다. 옆집 폴도 지난 년 말 아내 쉐리와 카리브 해로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바 있다. 가는 방법은 대개 두 가지이다. 비행기와 숙박 그리고 먹는 것까지 다 포함된 패키지-멕시코 아니면 중남미의 쿠바나 도미니카 등이 행선지임, 크루즈 여행도 이 중에 하나라고 해두자-여행이 그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플로리다로 가서 한두 주일 혹은 한두 달 있다가 오는 경우이다. 전자는 주로 경치 좋고 따뜻한 리조트에서 한 주일가량 푹 쉬다 오는 여행이고 후자는 따뜻한 곳에 가서 골프를 치면서 놀다 오거나 얼마동안 그곳에 살다가 오는 경우로 보면 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사전 답사를 겸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몇 년 후면 겨울마다 플로리다로 내려가 한두 달 지내다 올 꿈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함께 하는 네 사람 모두 동일한 계획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돈이 많다거나 특별히 시간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라고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제 겨우 자녀들 대학교육을 마쳐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직장생활을 한다.
이곳 캐나다에서는 자녀들이 결혼할 때 집을 장만한다거나 혼수를 준비해주는 일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는다. 교육만 시켜주면-사실은 교육도 자녀 자신들의 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그 이후의 일은 자녀들 스스로 알아서 한다. 결혼 비용도 자신들이 준비한다. 부모가 지원해준다고 하여도 이삼만 불(이삼천만 원 가량) 정도이다. 그러니 자녀들이 대학공부까지 마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다소 여유가 생긴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어야 하는 부담도 없다. 자신들이 성실하게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어 집을 살 수 있고 꾸준히 연금을 부어 은퇴 후 여유롭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세대에서 모은 자산은 부모세대 스스로 다 쓰고 간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부담이 없다. 건강하기만 하면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한번 사는 인생이니 즐기면서 살자는 뜻이다. '욜로’를 외치는 인생들은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집은 안 사도 차는 사야겠다는 식이다. 집도 절도 없으면서 여행은 가야 하는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윗세대가 살았던 삶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캐나다에 사는 중남미 쪽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이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네들은 가진 것이 없어도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 버는 대로 먹고, 버는 대로 쓰고, 모아 놓은 것이 없더라도 버는 것만 가지고 잘 놀고 잘 산다. 그러면서도 아무 걱정없이 살아간다. 하루 벌어 하루 살면서 일년에 한두 번 여행도 하고 페스트푸드도 사먹고 쉽게쉽게 산다. 필리핀 사람들은 파티를 무척 즐긴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되 주말이면 끼리끼리 모여서 떠들고 이야기하며 논다. 그들 역시 돈 쓰는데 그리 박한 편이 아니다.
반면 한국, 중국, 일본인들은 사뭇 다르다. 주로 벌기만 하고 쓸 줄은 모르는 편이다. 일 벌레처럼 일만 한다. 여행을 간다거나 여가를 갖는 건 사치로 여긴다. 한국인 이민 일세 대들은 대개 죽으라고 일만하셨다. 겨우 살만해지면 건강이 나빠져 먹고 싶은 것 제대로 못 먹고, 하고 싶은 여행 제대로 못하게 되었다. 일찍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녀들이 부모세대의 삶의 방식을 알아주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부모세대 당신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아니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이민 일 세대도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나이 들어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여행을 하자는 편이다. 겨울에 플로리다로 떠나 한두 달, 길게는 두세 달씩 머무르다 오는 가정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신들을 위한 시간을 갖는데 눈을 떠가고 있다고나 할까. 젊은 이민 일세 대들의 경우는 특히 그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겨울에 플로리다의 골프장에는 토론토에서 내려간 한국 어르신들이 많으시다는 소문도 들린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젊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모든 인생에 골고루 해당되는 말이다. 한번 사는 인생 열심히 일하되 때로는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은퇴할 나이가 되어서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쉴 줄 모르면 그 또한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번에 함께 하는 네 사람은 나름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삶의 습관이 올바르고, 삶의 현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성실히 지켜왔다. 남편으로서의 역할과 아빠로서의 역할도 잘 수행하여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자녀도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잘 찾아가고 있다. 이런 네 사람이 뭉쳐서 이월 초 플로리다 올랜도로 떠난다. 골프도 치고, 맛난 것도 먹고, 재미나는 구경도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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