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겸허한 대통령이 되기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7. 1. 21. 00:05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젊은 시절 한때 그를 좋아했었다. 큰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것, 역경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근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등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80년대 중반쯤이었을 것이다. 다니던 직장에서는 오류동 럭비구장을 빌려 매년 체육대회를 열었다. 전 직원이 모여 팀을 나누어 운동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행사였다. 이를 통하여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끼며 하나 됨을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행사는 개회식과 함께 시작되었는데 대표이사의 개회사가 있었다

어느 해 개회식에서 사장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막 프랑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공항에서 체육대회가 열리는 이곳으로 바로 왔다. 비행기에서 책을 읽었다. 무척 인상적이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도널드 트럼프라는 젊은이가 쓴 책이다. 나는 그가 대단히 큰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도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꿈과 도전정신을 가질 것 권한다. 큰 꿈을 가지고 회사를 키워나가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와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뭐 그런 내용이 이었던듯 하다.

사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 먼 나라 프랑스에서 돌아와 바로 체육대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파리에서 돌아오신 분이 마치 가까운 동네 마실 나갔다 온 분처럼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당시는 여행 자유화가 되지 않아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 흔치 않았다. 그럼에도 파리에서 날아와 바로 오류동 럭비구장으로 오시다니! 세계가 그만큼 가깝다는 말인가? 세상이 그리 먼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가능하다면 나도 세상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또 다른 생각이 있었다면 책을 많이 읽고 책 속에서 교훈을 얻어야지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당시 사장님의 말씀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책을 많이 접하는 생활태도를 더욱 강화해 주었다.

개회식이 끝나고 축구 시합을 하였고 줄다리기도 하였고 배구 시합도 하지 않았나 싶다. 열심히 뛰고 달리며 하루를 보낸 후 우리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았지만 사장께서 주신 교훈은 절대 잊지 않았다. 

후 도널드 트럼프를 관심 있게 바라보기 시작했다그가 새로운 책을 출간할 때마다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 사곤 하였다. 지금까지 그에 대하여 인정하고 존경하는 것이 있다면 새벽같이 일어나 신문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부지런함이다하루 이틀 부지런한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평생을 그렇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터그런 부지런함이 있었기에 그가 오늘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 터이다자녀들 또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워 반듯하게 자라지 않았을까또 하나 배울 점은 그가 마약이나 알코올과는 거리가 먼 성실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러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그를 경멸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 특히 정치적인 경쟁자들-을 존중하기보다는 깎아내리고 놀리는 것을 본 이후부터가 아닌가싶다오늘 대통령에 취임하는 그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게 속사람은 겸손하고 겸허하기를 소망하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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