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첫 손님이 된 듯하였다. 미용사 아주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신다. 몇 올 없는 머리카락이지만 수더분하여 크리스마스 전에 자를까 하다가 연초로 미룬 것이었다. 아주머니는 지난 연말 무척 바빴노라며 붕대로 처맨 손을 보여주신다. 손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영하 십 도 이하로 내려간 첫 추위에 눈 위를 미끄러져 다친 것이라 하였다. 쉬어주어야 하는데 손님이 끊이질 않아 계속 놀려댔더니 상태가 더 나빠졌단다.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 보아야겠다고 한다. 열심히 일은 하는데 도무지 돈은 벌리지 않는다며 넋두리를 하였다.
전화가 빗발친다. 일월 이 일인 오늘도 문을 여는지 물어오는 전화이다. 공휴일이 일요일이면 다음 날 쉰다. 대체공휴일이라 하여 대부분의 관공서나 은행, LCBO 등은 문을 닫는다. 어차피 가게 임대료를 내어야 하니 하루라도 문을 더 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자신이 일하는 가게는 일요일만 빼고 일 년 내내 문을 연다고 하였다. 가겟세를 많이 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통이란다. 그러면서 지금의 가게는 사 년 전 원장 아주머니가 중국인으로부터 산 것이라고 알려준다. 당시에는 몰 전체가 조용하고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싼 값에 샀는데 지금은 제법 올랐다고 한다. 이십오만 불 가까이에 샀는데 현재는 오십만 불가량이라고 덧붙였다.
잘된 일이라며 좋아하였더니 그것은 약과라며 말을 이어간다.
"원장님은 몇 년 전 뉴마켓(Newmarket, ontario)에 오십만 불을 주고 집을 사셨어요. 살면서 내부를 수리하여 얼마 전 백사십만 불에 파셨죠. 그러고는 일 년 전 스토우프빌(Stouffville, ontario) 쪽에 저택을 사셨어요. 오천 제곱피트나 되는 큰 집이었죠. 원래 우리 원장님은 땅이 넓은 집을 좋아하셔요. 백오십만 불인가에 산 것으로 아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 그 집은 이백오십만 불이래요. 이제 곧 아들 장가도 보내실 거래요.”
주인인 원장 아주머니보다 연세가 한참 더 많으실 터 임에도 공손하게 말씀을 이어가셨다.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모으신다.
"근데 왜 저는 열심히 일만 하는데 돈은 벌리지 않는 거죠?”
아래의 글은 홍콩을 거점으로 중국과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며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친구가 12월 마지막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홍콩은 60%가 부자들이다. 이유는 한가지… 집이 있으면 부자고 없으면 중산층이고, 수입이 떨어져 정부아파트에 살고 있으면 기층(하층)이다. 그러니, 60% 부자, 30% 중산층, 10% 기층(빈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도 점점 그렇게 변해있다. 왕젠린 부동산 재벌은 중국의 빈부란 간단히 부동산이 없으면 빈, 부동산이 있으면 부자라고 한국 역시 그럴 거라고 본다. 한국도 홍콩처럼 자기 집 보유가 60%라고 한다. 즉 집이 있으면 부자다. 영국 런던도 미국 뉴욕도 홍콩과 똑같다. 한국 정동영이 그랬다고 한다. 박근혜 4년간 1,600조의 부동산가치가 올랐다며, 박근혜 저주를 퍼붓는다. 사실인지? 난 모르겠지만 지난 4년간 다른 주변국이 다 똑같이 부동산 가격이 약 50~60% 오른 게 사실이다. 내 부동산 역시 홍콩과 중국에서 십년 간 무려 300% 넘게 올랐다. 70%의 레버리지를 감안하면 무려 900% 즉 열 배 가깝게 올랐다. 한국 보유분도 역시 올랐으리라만, 난 원래 투기를 목적으로 구입한 것은 절대 아니라서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다. 내 말의 뜻은 자랑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난 정말 팔불출이다. 나보다 주변에서 몇 배 이상 부동산으로 치부한 사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이 오를 때 왜 사람들은 사지 않고, 오르니 샘만 내느냐? 란 말이다. 불로소득이니 어쩌니 하면서. 배우지도 못했고 머리가 출중하지도 못해도, 풍문으로 듣기만 해도, 한여름 땡볕에 땀 뻘뻘 흘리며 발품만 팔아도 부동산은 마치 호수에 떠있는 쪽배가 수위가 높아지면 같이 떠오르는 논리다. 그렇게 민초들이 돈 벌 수 있는 곳은 부동산이다. 돈을 좋아하는가? 재산을 좋아하는가? 그럼 부동산을 사놓아라. 내 인생 60 경험에 부동산이 떨어진 적은 없다. 결국 나이 들어 노후대책은 부동산이 최고다. 젊었을 때 외식 줄이고 옷 지출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노른자리 예상 땅 몇 평, 집 한두 채 사놓으면 환갑 넘어 반드시 웃는 게 부동산이다. 이러다 보니 그만 내가 부동산 업자 같다. ㅎㅎ 올해는 모두 다 부자 되시라 말씀드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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