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페 센터에 60여 명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들은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십니다. 메뉴는 카레라이스입니다. 멤버 중 한 명인 필리핀계 청년이 고추장 드실 분이 계신지 묻습니다. 여러분이 카레밥에 고추장을 넣어 드시겠다고 손을 드셨습니다. 찾아오신 60여 명의 손님들은 대부분 백인이거나 인디지니스 피플(indigenous people)이십니다. 자원봉사를 위해 찾아온 20대 청년들이 손님들을 위하여 선물을 준비하였습니다. 따뜻한 장갑과 비누, 샴푸입니다. 커피와 식사를 드실 수 있는 맥도널드 상품권도 들어있었습니다. 손님들은 저마다 선물을 한 꾸러미씩 받으시고 좋아하십니다. 특별한 공연도 있었습니다. 평균 연령 75세이신 시니어 합창단 단원들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불러드렸습니다. 영어도 어눌한 동양인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정성껏 준비하여 부른 캐럴입니다.
이날 저녁 어쩌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백인들이 대접을 하고 동양인들이 대접을 받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그림이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날은 잘 생기고 잘 차려입은 서양분들이 추레하게 입고 영어를 못하여 때로는 스스로 먼저 눈길을 피하곤 하는 동양인들의 대접을 받았습니다. 카레라이스나 고추장은 동양사람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음식일 테지요. 크리스마스 캐럴은 서양분들이 더 잘 부르는 노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날 저녁은 한국계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서양 손님들을 위하여 신나게 캐럴을 부르셨습니다. 대개는 나이 드신 분들은 대접을 받으시는 게 상식이지요. 그러나 이날은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들보다 한참이나 젊은 손님들을 위해 재롱을 부리셨습니다. 다음날 아침 손님들께서 쉬다 가신 곳을 청소하고 정리하기 위하여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오셨습니다. 75세가 넘은 분들이 네 분이나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날 베들레헴 여관에는 빈방이 없었다고 하지요? 이날 본 한인교회 아가페 센터는 베들레헴 여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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