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하나 달랑 걸치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사우나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출신, 뉴질랜드 출신, 동유럽 출신,
인도 출신, 한국 출신이 앉아서 땀을 흘린다. 좁은 공간에 대륙과 문화, 역사의 일부가 들어와 앉은 듯하다. 키위(뉴질랜드 사람을 일컫는 말)인 듯 보이는 마른 체구의
아저씨가 강한 영국식 악센트를 썩어가며 배가 불룩 나온 할아버지께 물었다.
“이탈리아에서 오셨는지요?”
“그렇소.”
“오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반세기는 족히 넘었다오.”
“오, 그러세요? 연세가 얼마나 되셨길래…”
“여든이 넘었다오. 캐나다로 온 지 올해로 59년째라오.”
“그렇군요.”
“고향엔 친척들이라도 있으세요?”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가까운 친척들은 다 떠나고 없다오. 그나저나 한쪽 팔에 있는 그 문신은 다 무엇이오?”
“네 마오리 족이 하는 문신이랍니다.”
“그 문신을 새기기 위해 아팠겠구려.”
“네 처음엔 아주 아팠지요. 새기는데 돈도 제법 들었답니다.”
“왜 사서 고생을 하였소?
"그냥 해본 거지요.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어요. 지우는데 돈도 많이 들뿐더러 너무 아파서 엄두도 못 내지요.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세상 사는 방법이 다 제각각인지는 알지만 나로서는 왜 그 문신을 하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소.” 동유럽 출신 중년 남자 역시 키위 아저씨의 문신이 생소한 듯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다름은 생소할 뿐 틀린 것은 아니리라. 어쩌면 다르므로 세상살이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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