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운전대를 잡고 뉴욕으로 향하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9. 10. 16. 22:49

<운전대를 잡고 뉴욕으로 향하다>

 

 길 양옆 나무들은 현란한 모습으로 치장을 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언덕과 구릉엔 가을빛이 또렷하다. 억새가 흩날리고 언덕 너머 숲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포코노를 지나며 옛 직장 상사였던 이성우 선배 생각이 났다. 당시 인사부에서 비디오테이프를 사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었는데 이 선배는 우리가 영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다. 나도 가능하면 아침 일찍 회사로-고객봉사실이라 명명했던 공간-나가 영어 공부를 하려 애썼다. 당시 우리가 공부했던 비디오는 미국 생활을 담은 비디오였는데 실제 미국인들의 생활을 극으로 엮어 대사를 익히게 하는 식의 프로그램이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주말에 무엇을 하고 지냈느냐?”는 대사가 있었는데 포코노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답했다. 대사를 익히며 포코노가 어떤 곳인지 무척 궁금했었다. 비디오에서 본 단풍 든 휴양지의 모습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었다. 생각해보면 30년도 더 지난 오래전 일인데 포코노 쪽을 지나다닐 때마다 그때 익혔던 화면이 생각나곤 하였다. 그렇게 영어 공부를 했었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고, 큰아이 가정은 뉴욕에 있으니 한편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 감사하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당시 쌍용컴퓨터(후에 쌍용정보통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에서 근무했던 동료 중 십여명이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데 가끔 만나 골프를 치며 교제하곤 한다. 동료들의 자녀들이 대부분 잘 성장하여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201910 21일에 있을 연방정부 선거에 스파다이나-포트 요크 지역에서 MP(Member of Parliament) 후보(신민당-New Democrats)로 출마한 윤다영 양(윤상연 동료의 딸)도 그중 한 명이다. 

 

 뉴욕에 도착하여 딸아이를 만났다. 내년 8 1일부터 근무할 근무지가 뉴욕 주립대학 버팔로 병원 우산에 아래에 있는 몇 군데 병원이라고 전해주었다. 2년을 캐나다 쪽에 거주하며 국경을 건너다니며 출퇴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보고 또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예정인데(as a Clinical Assistant Professor) 앞으로 몇 년은 버팔로에서 지낼 것이라고 한다.


 토요일 아침 컬럼버스 써클 쪽으로 나왔다. 센트럴파크나 허드슨강 쪽으로 산책하러 나갈까 하다가 산책은 낮으로 미루고 묵상과 글쓰기를 위해 스타벅스를 찾았다. 마침 스타벅스에 자녀 둘을 둔 젊은 부부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부산 사투리를 쓰는 것으로 보아 부산에서 온 가정인 듯하였다.

 이제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국분들을 만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일 터이다.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를 수호하고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되며 경제적으로 더욱 윤택해져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국가가 되어 국민 모두가 그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낮에는 허드슨강 변을 산책하고 저녁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멕베스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다.

      

<허드슨강 변을 걷다>


 아침 산책 시간 허드슨강 변을 따라 걸었다. 강 건너 뉴저지 쪽으로 주택들이 보인다. 58번가 쪽에서 북쪽을 향해 걷는데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있다. 조형물들을 잘 설치해 놓았고 들풀도 적당히 심었다. 허드슨강 변 산책로는 센트럴파크와 함께 뉴욕, 특히 맨해튼에 사는 주민들 삶의 질을 높여주는 허파와 같은 공간이 아닐까. 작은 크기의 크루즈 선도 보이고 요트도 보인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조깅복을 입고 조깅을 한다. 안짱다리를 하고 뛰는 사람, 팔을 비스듬히 흔들며 뛰는 사람, 헉헉대며 뛰는 사람, 사뿐사뿐 가볍게 뛰는 사람, 가족끼리 뛰는 사람, 연인끼리 박자를 맞추어 뛰는 사람, 친구끼리 뛰는 사람, 혼자서 뛰는 사람, 각양각색이. 막 결혼을 한 부부, 은퇴를 한 할아버지 할머니 커플 등 연령대도 다양하다. 직업 또한 다르리라.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은 어디를 가나 독특하고 재미있다.


 딸아이와 한 이탈리언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했다. 문어가 들어간 전체요리와 리조토, 파스타 두 종류를 시켰다. 새우가 들어간 초록빛갈의 리조토 맛이 일품이었다. 누구든 그 식당엘 가면 리조토를 사 드시라고 권하고 싶다. 카르베네 쇼비뇽으로 만든 와인을 곁들여 먹는 맛도 그만이었다. 가끔 콜럼비아 병원이나 코넬 병원에서 컨설테이션을 위해 전화가 걸려와 전화를 받느라고 분주한 아이를 보는 것이 좀 안쓰럽긴 했지만 좋은 식사 시간이었다. (on call 당번이어서) 컨설테이션을 위해 전화를 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했다.


 식사를 끝내고 디저트를 먹으로 컬럼버스 서클 근처로 올라오다가 길 위에서 민익홍 장로님 가정을 만났다. 민 장로님 네는 부인 민진희 집사, 아들 동겸과 함께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시라큐스에서 하룻밤을 잔 후 토요일 오전 뉴욕에 도착했다고 한다. 마침 점심을 먹고 센트를 파크를 돌아보기 위해 컬럼버스 서클 쪽으로 이동 중 우리와 만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뉴욕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가 민진희 집사님과 카카오톡을 하며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맨해탄에서 우연히 만났으니 반가워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저녁 8 30분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공연 맥베스를 보러 갔다. 딸아이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링컨 센터와 메트로폴리단 오페라 극장이 있으니 신기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맥베스를 보다>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을 꼽아보라면 사람들은 밀라노의 라 스칼라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을 먼저 꼽는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의 명성을 말해주는 한 단면일 터이다. 1996년과 1997년 사이 롱 아일랜드 아이슬립에 머무르는 동안 주말이면 가끔 기차를 이용하여 맨해튼으로 나오곤 하였다. 유니언 역에서 쉬엄쉬엄 걸어 올라와 링컨 센터 주변을 거닐곤 했었다. 공연장 주변을 맴돌긴 했지만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공연을 감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외부만 돌아보고 번번이 돌아서곤 하였다. 딸아이가 이번 뉴욕 방문 중 오페라 공연을 관람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해왔을 때 무척 반가웠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공연을 본다는 건 그때의 아픈 추억을 치유하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이번에 공연하는 작품은 맥베스였다. 세익스피어에 심취했던 베르디가 쓴 작품이었다. 잘 소개되지 않는 작품 중 하나이기에 더 보고 싶기도 했다. 이탈리아어로 된 대사를 한국어로 번역한 대사를 인쇄하여 꼼꼼히 읽은 후 공연을 관람하였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명성에 걸맞게 오케스트라 연주부터 주역을 맡은 레이디 맥베스(Anna Netrebko)와 맥베스(Zeljko Lucic), 맥더프(Matthew Polenzani), 방퀴오(Ildar Abdrazakov)그리고 합창단의 연주가 수준급이었다. 특별히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맞은 소프라노 아나 네트렙코의 노래는 최상급이었다.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연출하였는데 군중(합창단)들의 손에 기관총이 들려있다든가 파티장의 연미복(합창단원들과 주역들이 입은 분장)이 지금 시대에나 걸맞은 것들이어서 생소하게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와 주역들 그리고 합창단의 노래와 연주는 나무랄 데 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연주하는 작품을 꼭 다시 감상하고 싶다.        

 

 주일 예배는 타임스퀘어 교회에서 드렸고 오후엔 센트럴 파크를 걸었다. 베데스다 분수를 지나 북쪽으로 올라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 산책길을 한 바퀴 돌며 해가 지는 가을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센트럴 파크 제클린 오나시스 저수지 주변>

<센트럴 파크 곤돌라>

<센트럴 파크에서>

<콜롬버스 서클 근처에서 민익홍 장로님 가족과 함께(뒤로 콜럼버스 동상이 보인다)>

<타임스퀘어 쳐치에서의 예배>

<멕베스 공연(메트로폴리단 극장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이미지)>

<맥베스 공연(메트로폴리탄 극장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이미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내부>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 극장(인터미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