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캐나다에서 만난 후배 병석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6. 12. 16. 01:38

 병석은 한국에서 최고수준의 정보통신회사에서 고급엔지니어로 일했고 아내는 한국에서 중학교 수학교사를 했었다. 두 사람 다 한국사회에서는 엘리트였는데 외동딸 수민이에게 보다 나은 교육을 제공해 주고자 직장을 그만두고 약 5년 전 이곳 캐나다 토론토로 왔다. 병석은 캐나다에서 약 1년 동안 머무르다 아내와 아이는 캐나다에 있게 하고 본인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 3년을 일하다 1년 전인 2005년 11월 토론토로 다시 들어왔다.

 

들어와 얼마 되지 않아 약 4만불 가량되는 차를 사고 또 47만불 주고 괜찮은 수준의 하우스도 샀다. 식구 세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 넓은 집이라 할 수 있으나 미래가치를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1학년 때 캐나다로 온 외동딸 수민은 벌써 6학년이 되었다.

 

어제 저녁 병석 내외를 만났다. 예전 직장에 있을 때 나와 함께 약 2년을 참 행복하게 일했는데 그때 정말 형제 같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 오자마자 병석을 가장 먼저 보고 싶었다. 잠시 차라도 마시고 싶어 일요일 저녁 늦게 병석 네 집 근처의 한 커피점에서 두 내외를 만났다.

 

 병석은 많이 지쳐 보인다. 아마 수입은 적고 모기지(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리는 돈) 등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앞날에 대한 염려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자가 집을 살 당시보다 2배나 올랐다고 한다. 매달 들어가는 비용 중 이자가 85%이고 원금상환율은 15% 정도라고 하니 맘의 그리 편하진 않을 것이다. 정말 이자율이 많이 오르긴 올랐다.

 

현재 병석은 시큐리티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회사에 직원으로 근무한다. 집에 알람을 설치하여 외부의 침입이 있을 때 벨이 울리도록 하여 침입을 탐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판매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은 한국교민이 70% 캐나다인이나 중국 사람들은 30% 가량 된다고 한다. 이 업종 역시 토론토에서 경쟁이 심하여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한다. 병석 본인의 수입도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미미하다. 하지만 앞으로 본인 스스로 보안분야의 사업을 설립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딸 수민은 공부를 아주 잘 한다고 한다. 딸 교육을 위해 왔고 딸이 공부를 잘하니 본인 들은 좀 고생이 되더라도 견딜 만 하다고 병석 아내는 말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최소한 집 한 채는 남게 되지 않을까. 병석은 돈을 좀 더 벌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사회가 돈 벌기에 그렇게 용이한 사회는 아니다. 너무 큰 돈을 벌겠다고 욕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해랑이를 현지인(캐내디언) 홈 스테이로 내 보내려고 한다는 이야기에 본인의 조카가 실패한 이야기를 하며 극구 말린다. 조카를 캐나다인 홈스테이를 시켜 보았는데 가족같이 생활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인간적으로 보살펴 준다는 희망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심지어는 냉장고도 함부로 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홈스테이 세 곳을 옮겼으나 다 마찬가지였다며 가까운 사람일수록 홈스테이로 내어 보내는 것은 더더욱 말리고 싶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 시간인지라 내일 출근 준비도 있고 또 다소 피곤하기도 하여 집으로 가서 와인 한잔 하고 가라는 후배의 제의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까이에 믿을 수 있는 형제 같은 후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멀리 캐나다에 떨어져 살면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위해 줄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복중의 복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12월 11일 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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