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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9. 20. 10:59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차이코프스키가 안토냐 이브노브나 밀류코바와의 결혼생활(결혼한지 한 달도 안되어 누이동생집으로 도망쳤다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에 실패하고 심한 우울증세에 빠져 이탈리아 스위스등지에서 요양하면서 쓴 곡이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이 곡은 지극히 러시아적 냄새가 난다. 어려운 기교를 필요로 하여 연주자들이 자신의 기교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자주 접했다. 레코드나 CD로 꾸준히 음악을 들었을 뿐더러 바이올린 공부를 했던 막내 동생이 연습하는 소리를 수 차례 들었다. 동생으로부터 레슨을 받는 학생들의 연주도 들었다.

 

8월의 마지막 주 여의도 KBS홀. 객원지휘자 크리스티안 포스가 지휘한 KBS교향악단과 안톤 바로쵸프스키가 협연한 어제의 연주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직접들은 연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협연자 안톤 바쵸로프스키는 분명한 톤 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셈 여림, 빠르고 느림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더블 스탑핑의 표현 역시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1악장의 바이올린 독주부분을 시작하자마자 터진 청중석의 전화벨소리는 귀를 의심하게 했다. 이제는 우리 청중들도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 휴대폰을 진동으로 바꾸거나 꺼야 한다는 정도의 상식을 갖고 있을 터인데

 

차이코프스키는 러시아 연주자가 연주할 때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 독주자는 연주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주눅이 들거나 떨림이 없고 너무도 당당하게 신들린듯한 연주들 들려준다. 남자로써의 대범함도 엿보인다. 완벽한 연습에 의한 화려한 기교와 스스로 연주에 대한 크나 큰 자신감이 배어져 나온다. 대가의 연주는 테크닉을 완벽히 소화하면서도 테크닉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음악에 완전히 몰입하는 몰입의 경지, 무아의 경지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 이날 그의 연주가 그랬다.

 

카텐자의 화려한 연주,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듯한 화려한 연주였다. 얀톤 바로쵸프스키 그는  한마디로 노래할 줄 아는 연주자였다.

 

지휘자와 협연자와의 완벽한 호흡은 두 사람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이다. 수 차례의 연주를 통하여 맞추어진 호흡이 아닐까 싶다. 해가 갈수록 이 젊은 두 남성의 호흡은 더욱 빛을 발휘하게 되리라.

 

1악장이 끝나고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초등학교의 개학을 앞두고 밀린 음악수업을 위해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 학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부모도 음악을 모르고 아이도 음악을 모르는 가운데 나오는 헤프닝이란 생각이 든다.

 

2악장의 시작부분은 반주부분이 조금 거칠었다. 바이올린의 독주파트는 지극히 서정적인 멜로디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표현은 아주 여리게이다. 우수에 젖은 서정적 멜로디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은 완벽하다. 바이올린과 플룻,오보에 등 독주악기와 반주를 맞은 관악기와의 조화도 들을 만하다. 지휘자 독주자 반주자가 음악을 하나하나 느끼며 연주하는 것이 객석에 앉은 내게 까지 확연히 드러난다.

 

3악장 시작부분의 바이올린과 반주의 호흡역시 좋았다. 차이콥스키의 우수에 젖은 멜로디는 가을에 듣기에 아주 적합한 음악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음악에 대한 느낌도 더 깊어진다. 그만큼 더 사랑스러워 지는 것이다.

 

예전 로린마젤의 지휘도, 크루트마주르의 지휘도, 오자와세이지의 지휘도, 정명훈의 지휘도 보았지만 젊은 지휘자 크리스티안 포스의 잠재력은 대단하다. 앞으로 발전이 더 많을 것이다.

  <2004/8/26이택희>

 

참고로 프로그램에 실려 있는 지휘자와 협연자의 프로필 그리고 곡 해석을 덧붙인다.

/ 크리스티안 포스 (Christian Voss)

- 바이마르 프란츠 리스트음악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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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음악위원회 지휘자포름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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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음악위원회 지휘자 콩쿠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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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스터시립오페라단 음악감독 수석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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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 마주어, 헬무트 릴링, 쿠르트 샌더링, 드미트리 키타옌코,지휘과정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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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심포니, 베른심포니, 헝가리필하모닉... 다수 지휘

바이올린/ 안톤 바라초프스키 (Anton Barachovsky)

- 글린카 음악원, 줄리어드 음대, 빈국립음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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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재단 장학금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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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아티스트 오디션 국제 아티스트 오디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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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이브라히마 디알로 , 워커 펀드 수상

-차이코프스키콩쿠르, 요하임 국제바이올린 콩쿠르 입상
상테 페테르부르크, 러시아국립교향악단, 북독일 방송 교향악단...협연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35

우울함과 격정의 화신, 차이코프스키. 그는 천부적인 선율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독일 음악에서 중시되던 주제 서법이나 꽉짜인 주제 작법, 형식 감각은 다소 미흡해보이더라도 청자의 귀를 단번에 끄는 마법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1878, 30 후반 성숙기에 들어설 무렵 작곡된 것이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하여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하려 했으나 그로부터 연주불가라는 극언을 듣고 낙담하던 그가 다시 용기를 내어 이번에는 바이올린 협주곡에 도전하여 나온 것이다. 이번에는 당대 최고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던 아우어(Leopold Auer)에게 헌정하려 한다. 그러나 마찬가지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작품을 수정하지도 않는다. 브로츠키라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카 3년후 빈에서 초연하여 청중들로부터 성공을 거두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한다. 대연주가가 보기좋게 망신당한 것이다.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모데라토 아사이. 현의 여리고 애잔한 선율로 시작하여 긴장을 한차례 고조시킨 독주 바이올린이 아쉬움과 동경에 노래를 부른다. 저음역에서 고음역으로 상승해가는 과정이 매우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바이올린의 독무대 악장이다.
2악장 칸소네타. 정말 슬프고 감상적인 차이코프스키 선율의 정수를 맛보게 하는 악장이다. 이처럼 비관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위안을 주는 선율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바이올린만이 낼수 있는 노래이다.
3악장 격렬하고 긴박한 운동감을 느끼게 하는 악장으로 기쁨에 겨운 악장이라기보다 현실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잊게 하는 카니발의 정서를 느끼게 만큼 격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