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ifice·시니어

데니스 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9. 20. 13:50
 <데니스 김>

 

 토론토에 가면 많은 퍼블릭 골프장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돈벨리 골프클럽이다. 이 골프장은 토론토 시내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퍼블릭 코스이다. 시내에서 차로 10-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회원이 아닌 사람도 전화로 예약하면 언제든지 칠 수 있다. 퍼블릭 코스이긴 하지만 한국의 어떤 골프장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경관과 페어웨이 그리고 그린을 가지고 있다. 가을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이 골프장의 마스코트는 여우(fox)이다. 근처에 여우 굴이 있어서 라운딩 도중 여우가족을 만나기도 한다.

 

4-5년전 여름 휴가차 들렀다가 공이나 한번 칠까 하고 돈벨리 골프클럽으로 향했다. 같이 갈 사람이 마땅치 않은데다 시간 쓰기도 편하여 혼자서 나갔다. 대개 혼자서 골프를 나가면 다른 사람들과 조인하여 공을 치게 된다. 나처럼 혼자서 나오는 사람도 있고, 두 명 혹은 세 명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골프장 측에서 이들과 한 팀을 만들어 준다. 그 날은 우연히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보이는 한국인 부부와 조를 이루게 되었다.

 

두 내외의 골프솜씨가 보통이 아닌지라 한 수 배우는 심정으로 공을 쳤다. 또한 두 내외가 얼마나 사이가 좋은지 보는 사람이 부러울 정도였다. 날씨도 좋고 같이 치는 사람도, 코스의 경관도 좋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라운딩을 끝내고 헤어지기가 아쉬워 다음에 식사나 함께 하자고 명함을 주고 받았다. 

 

며칠 후 한 일본 식당에서 두 내외와 자리를 했다. 김사장 자신은 시큐리티 관련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다. 집에 보안장치를 설치하여 침입자가 있을 때 알람이 울리게 하는 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많은 고생을 하였으나 지금은 고객이 늘어나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했다. 수입도 괜찮다고 했다.

 

아들은 바이올린 공부를 한다고 하여 음악이 공동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나의 경우 막내 동생 미정이가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어 음악에 관한 우리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아들의 이름은 김진수(영어이름 데니스 김).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하고 예일대학에 들어가 음악공부를 계속한다고 했다.

 

다음 번 캐나다 방문 시 두 내외와 다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진수(데니스 김)군의 소식이 궁금하여 제일 먼저 아들의 소식부터 물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월드 유스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맞아 일본 도쿄로 연주여행 중이라고 했다. 홍콩 필하모닉의 악장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이고 있는데 만약 가게 된다면 홍콩 필하모닉의 최연소 악장이 된다고도 했다. 참 잘 되었다고 축하를 하며 즐거운 식사시 간을 가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 김사장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 대뜸 화가 났다. 무슨 이런 날벼락이 있나 싶어서. 원인은 암이었다. 암이 몸 속에 퍼져 발견하고 얼마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활기차 보이던 사람이, 고생 끝에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이제는 잘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그렇게 부부 금슬이 좋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니 이게 될 말인가.

 

  이번 주말(2004년 9월 12일) 음악잡지 스트라드를 보다가 진수군의 기사를 접했다. 김사장의 아들 진수군(데니스 킴)이 또 다른 유능한 젊은 연주자인 첼리스트 이유홍,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함께 10월 1일과 4일 그리고 7일 창원과 부산,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를 가진다는 기사였다. 휴 앙상블이라고 이름 붙인 이 음악회에 거는 관심이 지대하다고 한다. 세계 음악계를 이끌고 갈 차세대 음악인, 지금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세 사람의 연주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국내외 음악계에서 큰 활약을 기대하며 데니스 김과 그의 어머니께 진심어린 축하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

<2004/9/12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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