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ifice·시니어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9. 20. 11:08
 <술>

 

술을 마시면 다음날 아침이 매우 힘들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괜찮으나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과하게 마신 날은 다음날 반드시 후회를 한다. 과음을 다음날은 무조건 쉬고 싶다. 읽는 것도 싫고, 쓰는 것도 싫고, 일하기도 싫다. 생각하는 것도 싫어진다 만사가 귀찮은 것이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술을 마신다.

 

전날 저녁 술을 많이 마신 날은 술 이야기만 들어도 싫은 정도이지만 술이 좀 깬 후 저녁 무렵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잊어 버린다. 게다가 며칠 술을 먹지 않고 지나면 괜스레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어진다.

 

술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술을 마신 후 약간의 취기가 느껴지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함께 자리한 사람과의 대화가 원만해 진다. 뭐랄까 동료의식, 친분 이런 것들을 더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몸에도 좋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과한 것은 해가 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술을 마구 마시는 경우가 있다. 과음하는 일은 자제해야지 하는 다짐을 여러 번 하지만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몇 주만에 만나는 아버님과 괜찮은 프랑스 와인으로 건배를 했다. 약간은 떨쩍지근한 그러나 깊은 맛이 있는 좋은 향의 와인을 아버님과 나누어 마실 때 그 기쁨을 상상해보라. 어머님께도 조금 권해드렸다. 와인의 깊은 맛은 모르시지만 장성한 아들과 함께 한다는 기쁨 때문에 평소와는 다르게 부어드린 와인을 다 드신 후 조금 더 달라고 말씀하신다. 다 합해봐야 작은 와인 잔에 1/5이나 드셨을까?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어머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오른다. 내가 술을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어머님의 피를 물려받은 때문이다.

 

적당한 술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서먹함을 없애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2004/8/5, 9/10이택희>

'Sacrifice·시니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필세계  (0) 2004.10.06
데니스 김  (0) 2004.09.20
H선배와의 대화  (0) 2004.09.20
심장수호 7계명  (0) 2004.09.16
낙관적 태도가 노화를 지연시킨다  (0) 200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