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ifice·시니어

수필세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10. 6. 07:09
    수필세계에서 2번째 출간된 책을 보내왔다. 수필세계 주간으로 있는 친구 억선의 배려다. 지난 봄 그가 중심이 되어 뜻 있는 문인들과 함께 수필세계를 창간했다고 창간호를 보내왔다. 창간호의 내용이 어떤 문집보다 수준도 있고 정감이 가 단숨에 읽었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 두 번째 책이 나왔다고 보내온 것이다.

 

그 동안 글을 쓴다고는 써왔으나 별 생각 없이, 의미 없이 글을 썼다. 책을 두 권 펴냈으나 내용면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첫번째 책을 펴낼 때에는 쓸 때에는 미국에서 MBA경험을 정리하자는 의도에서 였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성공담을 한번 모아보자는 의도였다. 혼자서 사는 시간들을 무료하게, 의미 없이 보낼게 아니라 좀 더 알차게 보내자는 생각도 있었다. 2권의 책을 출판한 이후로 절필을 했다. 나이 50에 가깝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자기반성 내지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삶의 기반을 만들기 전까지는 돈도 안 되는(미안하지만) 글쓰기 같은 사치는 그만 두고 돈 되는 일에 몰두하자는 생각에 글쓰기를 중단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구태여 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지 않는 다고 해서 어느날 갑자기 사업이 번창하고 돈이 벌려 지는 것은 아니었다. 글쓰기를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시간 날 때마다 다시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수필세계 창간호를 받아 읽게 되었다. 책을 보내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내용이 지루하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책에 실린 글을 한편 한 편 읽으며 아 그래 나도 수필가로 등단을 해야겠구나라는 목표가 생겨났다. 기왕 글을 쓸 바엔 제대로 된 글을 써서 문인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이 생겼다. 문인이 되고 안되고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등단을 하면 글쓰기 세계에서 프로가 되는 것이라. 프로는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프로가 되면 무엇보다 글을 쓰는데 있어 책임감을 더하여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할 것이다. 프로선수는 자기의 실력으로 먹고 사는 것이고 프로로써 자존심과 명예가 있기 때문에 취미로 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하는 일의 내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한 줄을 쓰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수준 높은 글을 쓰려고 할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글을 쓸 것이다. 우리가 매일 매일의 생활 가운데 밥을 먹지 않으면 안되듯이, 잠을 자지 않으면 안되듯이, 혹은 호흡을 하지 않을 수 없듯이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 마지막에 졸업장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듯이 문단에 등단하기가 쉬운 것을 결코 아니리라. 하지만 문단에 등단하기만 한다면 글 쓰는 사람으로써 그 영예는 대단한 것이다. 기왕 글쓰기를 할 바에야 등단을 하여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 싶다.

 

 호흡을 하듯 글을 쓰더라도 읽히지 않는 글을 쓰면 의미가 없다. 혼자서의 취미생활로 개인적인 만족을 줄 수는 있을지 모른다. 또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것이 낫고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안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글이 남에게 읽힐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글쓰기의 프로가 되면 자기가 쓴 글이 남에게 읽힘을 전제로 한다. 고로 남에게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남에게 읽히는 글을 쓰려면 글의 내용 즉 소재가 좋아야 함은 물론 글 쓰는 기술, 능력 또한 수준급이 되어야 한다. 고로 나는 글쓰기에 프로가 되어 내용 있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처음에는 수필을 쓰되 간간이 시도 쓰고 동화도 쓰고 단편소설도 쓰고 싶다. 평생에 장편소설 한 두 편도 남기고 싶다. 수필을 쓸 때에는 피천득 선생님의 모습처럼 되려고 노력할 것이고 소설을 쓸 때에는 조정래, 이문열, 또스또옙스키을 모델로 삼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무슨 글을 쓰더라도 사람들에게 꾸준히 읽히는 글을 쓸 것이다.

 

2권을 읽으면서 또 느끼는 것이지만 수필세계에 실린 수필들은 월간 수필등 수필을 중심으로 수록한 다른 문집과는 차이가 있다. 계간지라 그런지 책에 실린 글의 내용들이 다른 책에 비하여 월등히 낫다. 수필세계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그래 수필이라고 할 것 같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하는 느낌이 든다. 권순태씨의 수필이 여러 편 실려있는데 그가 쓴 수필은 읽는 사람이 공감함은 물론 향기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문장하나하나에 힘이 있고, 의미없이 쓰여진 사족처럼 여겨지는 부분이 거의 없는 좋은 글이었다. 

 

수필세계나 다른 수필 문집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끼는 점은 좀 건방진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등단한 작가의 글이라고 해서 내가 쓰는 글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나도 좋은 수필 작품을 여러편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2004/9/26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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