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상인동의 수박골 입구에 월광수변공원이 있습니다. 공원 바로 옆에 커다란 저수지가 있어 수변공원이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약 만 삼천 평 정도의 대지에 조성되어 있는 공원은 양 옆이 산들로 둘러 쌓여있어 수려한 경관을 보여 줍니다. 이 공원에선 국내최대의 음악분수가 설치되어있어 시간시간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분수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계절이 가을인지라 공원에 심긴 나뭇잎들에 예쁘게 단풍이 들었습니다.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아리장직한 나무에 물든 단풍이 노랑 빨강 주황으로 현란합니다. 한 그루를 지나치자 또 다른 단풍이 나를 반깁니다. 산책로를 걷는 내내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저를 쳐다봐 달라는 듯 예쁜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공원을 병풍처럼 둘러싼 삼필산의 모습은 엄마 품속 같기도 하고 여자의 자궁 속 같기도 합니다. 삼필산도 불꽃처럼 붉게 타 들어갑니다.
아버님은 새벽 4시 면 일어나 운동을 나가십니다. 하지만 오랜 만에 대구에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들을 위하여 출발시간을 한 시간 늦추셨습니다. 당신은 평소에 일어 나는 시간에 일어 나시어 운동 가실 채비를 모두 갖추신 후 한 시간 가량 책을 읽으며 아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게지요.
아버지와 아들은 4시 50분에 집을 나서 빠른 걸음으로 20분 남짓 걸어 수변공원에 도착합니다. 집 현관을 나서면 시원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스칩니다. 약간 차지만 맑고 깨끗한 새벽공기가 코끝을 스치면 기분이 상쾌해 집니다. 많은 사람이 잠자리에서 꿀맛 같은 아침잠을 즐기고 있을 시간, 남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공기를 마시는 즐거움 또한 단잠이상의 기쁨이 있습니다.
수변공원에 도착하여 빠른 걸음으로 공원을 두세 바퀴를 돕니다. 이른 시간인지라 하늘에선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한 모습으로 아버지와 아들을 내려다 보지요. 공원 산책로엔 가로등이 켜져 있고 가로등 불빛 사이로 농익은 가을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면 부자간의 정은 더욱 두터워집니다. 금년에 75세인 아버님의 활기찬 걸음을 보는 아들의 마음은 그렇게 좋을 수 없지요. 50줄에 가까운 아들이지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마다 일어나 운동을 하시는 아버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부지런함과 꾸준함, 스스로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시는 생활 등. 공원걷기를 마치시면 맨손체조로 몸을 푼 뒤 복근운동, 누웠다 일어나기를 수 차례 반복 하십니다. 이 때쯤이면 공원관리인이 가로등의 불을 끄지요. 가로등의 불을 끄고 나면 한참 동안 별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맑은 새벽공기 탓인지 하늘의 별이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머리 위에 있는 듯 하지요.
아들도 아버님을 따라 맨손체조며 복근운동, 누웠다 일어나기를 해봅니다. 공원의 벤치에 누워 복근운동을 할 때면 하늘의 별빛이 참 아름답습니다.
수변공원에서 운동을 마치면 저수지 뚝을 따라 인근의 도원공원을 향해 걷습니다. 뚝을 따라 걸으며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을 즐기지요. 저수지 뚝 좌우엔 수많은 갈대가 서로 부대끼며 아침인사를 합니다. 갈대 잎을 보면 깊어가는 가을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새록새록 느낄 수 있습니다. 도원공원 체육시설에서 마무리운동을 하면 6시 40분 가량이 됩니다. 운동을 끝낸 후 아버지와 아들은 약수터에서 물 한 바가지씩 나누어 마신 후 집으로 향합니다.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아침 식사를 마치면 7시 30분이지요.
아버지는 아들을 신뢰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기뻐하시고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니 세상의 천국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님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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