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rifice·시니어

기다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6. 3. 1. 13:36

<기다림>

2006년 새해에 삶의 목표로 기다림으로 정했었다. 함석헌 선생이 70세에 기다림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는 K대 교수의 글을 읽다가 아 그렇구나 어쩌면 나에게도 이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며 한 해를 살기로 했다. 

매년 가졌던 새해의 소망들은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자, 100권의 책을 읽자, 영어공부를 하자, 진급을 하자,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자등의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것들이었다. 좀 성숙해 졌는지 나이 50이 되어서야 감히 기다림이란 명제를 한 해 삶의 지표로 정했다.

 지난해 말과 금년 초에 걸쳐 작은 부동산 몇몇을 구입 했는데 그 부동산의 가치들이 자라나기를 묵묵히 기다리자. 캐나다에 살 집을 장만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것이 순조롭게 되어지도록 기다리자.

인생 후반부를 사람을 키우는 일에 쓰기로 했는데 이를 위해서 기다리며 키울 사람을 찾자. 지금까지는 회사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실적을 올리며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승진이라는 결실에 목을 매었고 동료들과 피 튀기는 경쟁을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지만 이제 직장을 떠났고 본격적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지금 사람을 키우는 일을 위해 씨를 뿌리고 기다리자.

캐나다 토론토의 국제 예수전도단 장막장이 사역팀이 마련한 수련회가 2006년 2월 18일부터 19일 사이에 글랜세더 수양관에서 열렸다. 수련회에서의 주제가 LED or DRIVEN인데 그 주요 내용이 기다림이다. 기다림이라는 명제를 가슴에 담고 한 해를 살려고 작정을 하자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강사 조 프란테 형제를 통하여 기다림의 축복과 의미, 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인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이 얼마나 놀랍고 오묘한 일인가! 기다림은 다른 말로 희망이라고 했다.

수련회 장은 노블톤이라는 곳에 있는 글랜세더 수양관인데 토론토 노스욕에서 약 한 시간 서북쪽으로 올라오는 곳에 위치해 있다. 수양관은 YMCA에서 운영을 하며 그리 크지 않은 시설에 식당, 숙소, 강의실, 산책로를 고루 갖췄다. 좀 높은 곳에 위치하여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장관이다. 식당에서 멀리 서쪽을 내려다보면 눈 덮인 숲이 보이는데 로버트 브라우닝눈은 쌓여만 가는데 밤새 말을 달려야 하나라고 노래했던 싯구를 생각하게 했다. 매일 같이 이런 숲을 바라보는 삶을 살았으니 그런 시가 나온 것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기다리며 살아간다. 태어나기 위해서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을 기다리고, 태어나서는 엄마가 젖을 주기를 기다리고, 처음으로 학교에 입학하기를 기다리고, 학교에 입학하면 졸업하기를 기다리고, 졸업 후에는 좋은 직장을 잡기를 기다리고, 직장을 잡은 후에는 승진하기를 기다리고, 직장에서 은퇴하기를 기다리고, 자녀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자녀가 성장하여 배필을 맞이하기를 기다리고, 손주 손녀를 기다리고어쩌면 기다림의 연속이 삶 그 자체이리라. 이번 기회에 기다림이 어떤 의미를 가졌고 어떻게 기다리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제대로 배워둬야겠다.

함석헌 선생님은 어떤 연유로 기다림이라는 명제를 자신 나이 70세에 애 제자에게 주셨는지 궁금하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생긴다더니 나도 한 두 살 더 먹어 가며 좀 성숙해 지려나?

<2006년 2월 19일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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