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ermination·청년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7. 7. 2. 21:12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절실하게 다가왔다.
     계속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을 올랐다. 가쁜 숨을 내 쉬며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한다’ 고 되 뇌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 들이자. 그리고 자연 속에 나를 동화시자.’ 새들 조차 자연에 기대어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숲 속의 나무와 들풀은 언제나 조용하고 겸손하다. 강한 비바람도, 세찬 눈보라도 당연한 일인 듯 받아들인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하다가도 다시 일어선다. 오랜 가뭄으로 잎이 마르고 줄기가 생기를 잃어도 참고 견딘다. 
     이와는 다르게 인간의 마음은 세상의 온갖 번뇌와 근심,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꾸준히 비우는 연습을 하는 것도,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도 욕심을 버리는 방법 이다. 비우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마에 땀이 흐르고 힘들수록 ‘산에 오르는 이 순간이 진정 살아있는 시간이다’ 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살아 있구나. 이게 행복이구나. 자연을 벗삼아 행복을 누리는 순간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구나. 살아오면서 이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였는데 이렇듯 감사함이, 기쁨이 새록새록 피어나는구나.’ 싶었다. 버리니, 마음을 비우니 보이는 것이 더 아름답고 들리는 소리가 더 청아하다. 잠시 비우자고 생각하고 비우는 연습을 했을 뿐인데 비운자리에 행복한 느낌, 살아있다는 감격이 자리를 했다. 
     오후에 진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받았다. 친구는 지난 해 8월 감기몸살인가 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정밀검사결과 암세포가 이미 몸 전체에 퍼져 항암주사를 맞는 것 외에는 별다른 처방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병문을 갔을 때 암세포를 다 죽일 수는 없고 몸 속에 있는 이놈과 친구 삼아 지내야겠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절망하기도 했지만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았다. 삶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힘든 치료를 잘 견디었다. 가끔 인터넷에 글을 띄워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고. 얼마 전 이제 몸이 좀 나았다고 친구들 얼굴 한번 볼 수 있는 자리도 만들자고 했다. 미처 그 시간이 오기도 전에 종종걸음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막 대학에 입학한,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인 두 딸을 남기고 그는 갔다.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을 갔고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직장에 입사했다. 곧 이어 결혼을 했고 아이도 가졌다. 그리고는 자신을 돌볼 여유도 없이 열심히 살았다. 세상살이에 바빠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는 없었다.
     병석에 누워서야 겨우 자신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왜 진작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까 라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차츰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 들였으리라. 나을 수 만 있으면 가족과 함께 캠핑도 하고 여행도 하며 시간을 보내려 했을 것이다. 친구들과 사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일에 바빠, 사는데 정신이 팔려 함께 있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이제 나으면 아내와 손잡고 여행도 하고, 고맙다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삶에 있어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분별하고 중요한 일에 더 관심을 기울이라는 교훈을 남기고 친구는 떠났다. 그가 가고 없음에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느낌이다. 허전하다. 허전함을 메우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하리라.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끊임없이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비우고 또 비워야 한다. 물욕, 정욕, 명예욕 이 질긴 욕심들을 버려야 그 버려진 자리에 평안이 찾아온다. 비워야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인다.  
2007-06-26이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