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ermination·청년

마음 다스리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8. 9. 23. 22:55

마음 다스리기

이택희

우리들 마음속에 천당도 있고 지옥도 있지 않을까. 마음 상태에 따라 세상이 아름다와 보이기도 하고 살맛나지 않는 힘든 세상이 되기도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말도 그래서 나왔나보다.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음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좋은 시절이 왔을 때 행복해 하고 기뻐하는 일이야 쉽게 할 수 있다 치지만 힘든 일에 의연하게 참고 견뎌내기란 쉽지가 않다.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배는 매사에 애살스러웠다.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였고 당연히 남보다 잘해야 직성이 풀렸다.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지는 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누구든 거들먹거리는 걸 그냥 봐주지 못했다. 구태여 그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호불호를 분명히 하곤 하였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기업의 임원을 지냈고 재벌가의 회계 일을 총괄하는 직책을 맞아 일하였기에 자존심과 자긍심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반면 자기 사람 챙기기에는 유별났다.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에겐 유별나게 사랑을 듬뿍 주었다. 개인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 캐나다에 와 가족처럼 대해주는 선배 덕분에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넉넉한 살림에 자녀들 역시 모범되게 자라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도 하였다.

캐나다에 있는 시간보다 한국에서 있었던 시간이 많다보니 얼굴을 대하기도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전화를 자주 드리는 편도 못되어 늘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하여 서운한 마음을 가지시지나 않을까 애가 쓰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되어 선배 함께 운동을 할 기회가 생겼다. 육십 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이젠 몸에 힘이 많이 빠졌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 신다. 운동을 하여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소연이다.

실제로 함께 운동을 같이 해보니 실력은 크게 줄지 않았으나 예전의 송곳같이 뾰족하기만 하던 성격은 많이 무뎌졌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할 줄 알고 실수도 너그러이 용납하는 포용력도 더 커졌다. 예전의 야심차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던 직선적 성격의 모습에서 넉넉하게 기댈 언덕이 있는 성품으로 변한 모습이 보기만 해도 편안하다. 자족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선배가 멋져 보인다. 

세월이 선배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자녀들을 출가를 시키고 손자 손녀를 네 명 씩이나 둔 할아버지가 되어서인지 눈빛부터가 부드럽다. 세월은 너그러움과 함께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아는 지혜를 주기도 하나보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모 회사의 대표가 많은 돈을 불법으로 수수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하여 소식을 접하는 순간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리베이트 형식으로 돈을 받은 흔적이 발견되었다 한다. 일부는 누나 등 가족의 통장으로 들어갔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최고기업의 대표로 발탁되어 자랑이 되었던 선배였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정직하고 신실한 사람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자신에겐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겐 넉넉하여 주위의 칭송을 받아왔었다. 처신에 신중하고 지나침이 없는 선배였기에 안타까움을 더 한다. 젊은 나이에 엄청난 속도로 출세를 하여 주위 사람들의 미움을 샀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편으로는 돈의 유혹에 이렇듯 쉽게 무너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절제를 알고 할 일, 하지 않아야할 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게 쉬운 것 같지만 생각만큼 쉽지도 않은가 보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더니 참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가 아닌가. 신문에 난 기사가 오보이거나 주위의 시기로 인한 오해이기를 간절히 바라보지만 유혹이 있을 수 있는 자리임을 생각할 때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러기에 섰다 싶을 때 넘어질까 조심하라 하지 않던가.

나물먹고 물마시고 초가삼간에 산다할지라도 떳떳이 다리 펴고 잠잘 수 있음이 편안하게 사는 길이 아닐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정직하게 사는 게 잘 사는 길이 아닐까.

수갑이 채여진 채 검찰로 향하는 선배의 모습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세상을 다스리기보다 힘든 일이 분명하지만 흐르는 세월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못된 욕심과 부질없는 욕망을 조금이나마 씻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