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고독의 시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1. 8. 9. 11:36

<아버님과 함께 하는 고독의 시간>

진통제의 약효가 떨어지려는 시간이 되면 힘이 들어하신다. 몸에서 식은 땀이 난다. 갑자기 몸이 차가와 지기도 한다. 얼굴은 여의여 눈이 쑥 들어갔고 광대뼈가 튀왔다. 팔과 다리의 근육도 많이 줄었다. 뼈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마에 손을 얹고 평안을 달라고, 고통이 적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 드린다.

가끔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운동을 하신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막내는 죽을 드시는 아버님의 입에 굴비와 고등어를 넣어드린다. 드시던 죽을 남기셨다. 식사가 부족할까봐 복숭아와 체리, 바나나 몇 개를 더 드시게 했다.

이 고독한 시간이 얼마나 지루하고 힘드실까.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볼 때마다 섬뜩하지는 않으실는지. 그래도 혼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시고 용변을 보신다. 늘 물로 이를 닦으신다. 입이 헐어 치솔질을 못하기에 물로만 닦으시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소망의 찬송을 부르고 싶었다. “내 몸의 약함을 아시는 주 못고칠 질병이 아주없네 괴로운 날이나 기쁜 때나 언제나 주만 바라봅니다찬송을 부르는 동안 목이 메어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아버님의 마음이 가라앉을까봐 눈물을 보이기도 어렵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4절 가사를 한번 더 불렀다.

찬송을 부를 때마다 절절히 가슴에 와 닫는다. 곡조가 있는 기도이기에 그러하리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찬송을 부르니 은혜가 넘친다. 말씀을 나누며 우리의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의 마음을, 우리의 상태를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도 함께 아파하고 함께 신음하고 계심을 나누었다. 아버님께서 아멘으로 받아들이시며 감사하신다.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는 상태에서도 감사가 넘치니 은혜이다. 간호하는 식구들 모두가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온 식구들이 함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이토록 많이 하는 건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몸은 약해져가나 영은 강건해지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지나온 아버님의 삶을 돌아보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번 병원을 다녀온 후 꼭 2주만에 병원을 가는 날이다. 약을 드신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고통을 느끼시는 듯하다. 요로결석으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그토록 힘이 들더니 모르핀 주사를 맞으니 거짓말처럼 아픔이 사라지고 잠이 몰려왔다. 모르핀은 강력한 진통제였다. 이 약의 효과가 사라질 때 즈음이면 다시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동생이 아버님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어제 온 몸이 파래지시더니 차가와 지더라고 했다. 병원에 가면 진통제를 하루에 몇 개나 먹을 수 있을 것인지 물어보아야겠다.

지난 2주간의 상황은 몸은 여의어 가나 진통제 때문인지 아픔을 느끼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평안안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다. 앞으로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 더 잦아지고 길어지지는 않을런지.

온 식구들-캐나다의 아내와 아이들, 서울 동생 식구들, 미경이네 식구들, 미정이 그리고 나-의 기도와 부모님이 출석하시는 대구의 반야월서부교회, 제일교회, 서울의 행복한 양문교회, 캐나다의 본 한인교회 성도님과 중보기도팀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심을 체험한다. 몸이 몹시 쇠약해진 상태에서도 저토록 평안하실 수 있다는 게 그 증거이다.

2011 88  

(일기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관해 두었던 글을 옮겨다 놓습니다. 일기 카테고리를 없애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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