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영국식 영어 액센트를 쓰시는 할아버지(Willy)가 계십니다. 할아버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침공했던 전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캐나다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습니다. 46년을 함께 한 아내는 몇 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하면 “늙은이가 아침을 해먹고 설거지를 한 후 이렇게 걸어 나올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지.”라고 대답 하십니다. 오늘도 설거지를 하고 나오셨느냐고 물으니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젊은 여자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이야기 했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하더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이 젊은 여자가 자신을 불러내어 아침을 사주었다는 겁니다. “결혼해 달라고 말해보기를 잘했지?”하고 묻길래 얼른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늘 “내일은 없다. 오늘을 즐기면 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내일 미끄러져 넘어지면 일어날지 못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할아버지의 평소 생각이십니다. “늙은이가 아침 해먹고 걸어 나와 당신 얼굴을 보고 웃을 수 있으면 되었지 뭘 더 바래.”라고 늘 말씀하십니다. 할아버지를 통해 욕심을 버리고 현재를 즐기는 삶의 자세를 배웁니다.
젊은 여자분에게 “나와 결혼해주지 않을래?”라고 말했던 용기도 대단합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멋진 아침 식사를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일이 일어날 확률이 제로이지만 말하면 확률이 50 퍼센트로 늘어납니다.
전쟁 당시 일본의 잔학성을 경험했었는데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훗날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며 귓속말을 하십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과 중국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고객이 되었다며 눈을 찡긋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삼일절입니다.
걸음을 옮기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애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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