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중 가장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는 돛새치입니다. 시속 100 킬로미터로 유영합니다. 육지를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이 어떤 동물일까요? 치타입니다. 시속 111 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지요. 가장 빨리 나는 새는 군함조입니다. 한 시간에 400 킬로미터로 날지요.
그런데 돛새치를 달리게 하면 달리기는커녕 단 몇 미터도 못 가서 죽고 맙니다. 군함조를 헤엄치게 할 수 없듯이 치타를 날게 할 수도 없습니다.
자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몸에서 나온 형제자매지만 서로 다릅니다.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일이 다르고, 가진 재능도 다릅니다. 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가 다를진대 다른 가정의 자녀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부 하나로 자녀를 판단하고, 공부 하나로 자녀를 주눅들게 합니다. 돛새치, 치타, 군함조에게 똑같이 달리기도 잘하고, 헤엄도 잘하고 날기도 잘하라고 윽박지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돛새치는 헤엄치도록 해주고, 치타는 달리게 하고, 군함조는 날게 해 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무엇을 잘하는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재미있어하는가를 살펴보고 잘하는 쪽으로 집중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옥봉수 박순임 부부는 22년 하던 교사 일을 그만두고 세 명의 자녀와 함께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퇴직금을 여행경비에 썼습니다. 545일 동안 5대륙 33개국을 돌며 배낭여행 했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얻은 것 중 하나는 자녀의 재능을 발견한 것입니다.
부부도 한때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공부만 하라고 다그쳤습니다. 여느 자녀와 마찬가지로 잘 따라와 주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여행하면서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딸아이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에게 물어서라도 방법을 찾아내었습니다. 5분이면 문제를 해결해 내었지요. 공부라는 관점에서 보면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사교성이 있는 게 크게 도움이 되질 못했지요. 시험기간 중이라도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하던 공부를 내팽개치고 밖으로 뛰쳐나가기 일쑤였으니까요. 하지만 문제 상황이 닥치자 관계능력, 사회성 등 약점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장점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남을 발견했습니다. 여행하면서 지도만 있으면 어디라도 찾아가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막내아들은 돈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여행을 통하여 자녀의 재능을 보게 된 것을 큰 소득으로 여깁니다. 지금 그 자녀들은 각자가 가야 할 길을 찾았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공부만 하라고 다그쳤다면 부모가 시키니 그냥 하는 척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설사 대학에 입학하고 공부를 마친다고 해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방황할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관심과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아 그 일에 집중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설사 그 길이 잘못된 길일지라도 도전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가다가 잘못되면 되돌아오면 되지요. 시행착오를 통하여서라도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의 길을 가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돛새치더러 달리라고 하는 건 죽으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돛새치가 물을 만나면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가 됩니다. 자녀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할 때 능률이 오르고 신이 납니다. 나아가 자신의 일을 즐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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