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약 한 달 보름가량 집에 머물렀던 큰 아이가 그라나다로 돌아갑니다. 12월 말까지 그곳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서운하지도 않은지 아이는 당당하게 짐을 싸고 또 정리를 하는 모습입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고 준비할 줄 아는 아이가 대견스럽습니다.
늦잠을 자곤 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나 있을지 염려도 됩니다. 바이오리듬을 그곳 일정으로 맞추어 좀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하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현지에 가면 바로 적응하게 되니 구태여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나이가 얼마인지 아느냐고 묻습니다. 스물다섯이지 않느냐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좀 있으면 서른이 되는데 그 정도 각오도 없겠느냐며 신경을 끊으라고 합니다. 똑 부러지는 대답에 오히려 마음 든든합니다.
나도 아버님께 그렇게 말했던 적이 있었겠구나 싶습니다. 좀 더 친절하게 대답할 걸 싶어서 후회도 됩니다. 자식이 하는 말을 듣고서야 자신을 되돌아보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큰 아이가 떠나면 크리스마스 때나 되어야 전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를 찾았습니다.
야구 구경을 하기 전 스카이 돔 바로 옆에 있는 펍(세인트 루이스)에 들러 치킨 윙과 샐러드, 샌드위치를 주문했습니다. 맥주를 한 잔씩 곁들여 마시며 누가 이길 것인가를 맞추는 내기를 하였습니다. 캔자스시티 로열즈가 이긴다는 쪽이 반, 토론토 불루제이스가 이긴다는 쪽이 반입니다. 펍 안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경기를 보러 가기 전 미리 펍에 들러 맥주를 한잔하는 게 일상이라고 합니다. 실내는 온통 들뜬 분위기입니다.
블루제이스가 속해있는 디비전은 뉴욕 양키즈, 템파베이 레이즈, 볼티모어 오리올즈, 보스톤 레드삭스 이렇게 다섯 팀입니다. 뉴욕과 보스톤은 부자 구단이라 좋은 선수를 마음대로 사들일 수 있습니다. 템파베이도 최근 월드시리즈를 우승할 만큼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팀이지요. 볼티모어 오리올즈 역시 전통 있는 명문팀 중 하나입니다. 어느 한 팀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디비전에 속해있기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매년 고전을 면치 못하지요. 그래도 토론토에는 호세 바티스타라고 하는 걸출한 타자가 있어 시선을 끕니다.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돔 경기장의 지붕을 닫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날이 개자 경기 도중 지붕을 열었습니다. CN 타워가 보입니다. 구름 사이로 이따금 태양이 비칩니다. 저녁 공기가 시원하여 야구경기를 보기에 적합합니다.
스카이 돔은 깨끗하고 아구 팬들이 경기를 즐기기에 적합하게 설계되었습니다. 맥주 한 캔에 만 이천 원을 하니 비싼 편입니다. 가족끼리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야구의 인기가 대단하고 구장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고 하지요? 일 년에 서너 번 가족과 함께 구장을 찾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오늘 경기는 토론토 불루제이스가 3점을 뒤지다가 6점을 내어 역전하였습니다.
(2012년 7월 3일)
(호세 바티스타의 타격 모습, 등 번호 1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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