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2. 17. 01:25

    아내에게 죽기 전 하고 싶은 것 세 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혼자서 여행을 하고 싶고, 춤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한가지는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게 아니라 생각하기가 어려운 듯 보였다. 누구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면 막연해지기 마련이다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것도 이유이려니와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며 살아온 관념이 기대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죽기 전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일 년에 사 개월쯤은 집을 떠나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좋겠지만 가능하다면 한두 사람쯤은 깊이 사귀고 싶다

내가 여행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냥 새로운 것을 보고 재미있게 지내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경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명과 만나 그 시대를 거닐어보고 다른 문화를 경험하여 존재의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좋아하는 작가이자 논객인 정진홍 씨는 오십이 넘은 나이인 2012년 봄 산티아고 길 900km를 걸었다. 걸으며 자신의 깊은 곳에서 들려 오는 영혼의 울림을 들었다. 산티아고 길을 걸은 후 쓴 책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발로만 걸은 게 아니다. 물론 발이 부르트고 물집이 잡히며 디디기조차 힘들 정도로 혹사시키며 걸었지만 정작 또 힘들여 걸은 건 내 마음이었다. 발이 걸으니 땀이 나고 물집이 잡힌다지만 마음이 걸으니 그것은 내 속에 숙변 같은 눈물을 쏟아냈다. 정말 많이 울었다. 평생 울 것을 다 울었는지도 모를 만큼! 하지만 그 울음은 힘들어서 운 울음이 아니었다. 내 속의 깊은 곳에서의 참회요 회심이었다. ‘어제와 다른 나’, ‘오늘과 다른 내일을 예감하는 격정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마음의 시력을 되찾았다. 황반변성을 앓으면서 몸의 시력을 잃어가던 핸리 그룬왈드(전 타임지 편집장)가 마음의 시력을 찾아간 역정을 그린 책 트와일라이트(twilight)’에서 이제 나는 마음으로 봅니다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말이다. 내 속에서 뿜어져 나온 눈물이 희뿌옇던 내 마음의 렌즈를 닦아준 덕분이었다. 마음의 시력을 되찾자 나는 자신을 더욱 분명하게 직면하고 직시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여행의 진정한 목적은 자신과의 만남에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만 결국 그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거기에 여행의 참맛이 있지 않을까.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살해하였다는 소식은 충격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양쪽 종아리뼈를 잃었지만, 테니스, 럭비, 수구, 레슬링 등을 즐겼던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럭비를 하다가 무릎부상을 입은 후 육상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 열린 장애인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선수로 출전하여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영국 언론은 그에게 블레이드 러너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많은 이들의 영웅이었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밸런타인 데이에 자신의 여자친구를 무참히 살해했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이다더 지켜보아야겠지만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저지른 일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일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영웅으로 불렸던 자가 한순간에 몰락하는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자신을 갈무리하지 않으면 쉽게 나락으로 빠질 수 있음을 본다. 강한 듯 보이지만 한없이 약한 게 인간이다. 매 순간 자신을 돌아보며 절대자의 도움을 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인이 5월경 일주일 정도 쿠바로 낚시 여행을 다녀오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왔다. 년 전 쿠바에서 낚시로 잡은 고기로 회를 해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고 한다. 두 부부가 함께 갔었는데 마음도 맞고 재미가 있어 올해도 갈까 하는데 우리를 끼워주겠다는 것이다. 쿠바라면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썼던 곳이기도 하다. 버켓 리스트에 포함할 일이다. 남들은 쉽게 하는 일인데 나는 버켓 리스트 타령이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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