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동유럽 할아버지와의 만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6. 4. 07:07

 

동유럽에서 온 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할아버지는 80년대 초 노스욕 영과 세퍼드 근처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셨습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인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근사합니다. 주변에 새로 지은 집들과 비교해도 전혀 빠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집에는 의사만 세 명이라며 은근히 자랑하십니다. 아내와 자녀 두 명이 다 의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사공부를 시키려면 구태여 미국으로 보낼 것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 있는 한 의과대학에 자녀를 보내려면 한 해에 오만 불 이상은 족히 들어가는데 동유럽에 있는 학교에 보내면 한 해 만 불 안쪽이면 된다는 것이지요.

말씀해 달라고 여쭌 것도 아닌데 본인이 신이 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자신의 자녀가 동유럽에서 공부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근거 없이 하시는 말씀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알고 있는 청년도 폴란드의 한 의대에서 공부하고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레지던스 과정에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노스 아메리카에서 공부한 후 동유럽의 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을듯합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니까요.

할아버지가 사시는 동네의 집값은 평균 100만 불(11)이 넘는데 근처에 집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길 건너 완만한 언덕의 제일 위쪽을 가리킵니다. 약간의 경사가 진 곳이라고 표현해야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으로는 경사가 있는 지역의 제일 위에 있는 땅에 집을 지으면 집이 습하지 않아 좋다고 합니다. 옳은 말씀이라 여겨집니다. 자신은 아들을 위해 완만한 언덕 위쪽의 집을 샀다고 자랑하십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길 건너편에 새로 지은 다른 집을 가리킵니다. 그러면서 저 집은 한국인 아줌마가 낡은 집을 사서 부시고 새로 지어 팔았는데 짧은 기간에 쏠쏠한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한국인 아줌마는 지하에 방을 네 개나 만들고 그 방에 세를 놓아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을 해결하게 했다며 한국인은 스마트하다고 덧붙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사시는 지역은 예전에는 유럽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이 주로 살던 동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사람 등 동양인들이 많이 들어와 삽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여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삶의 질을 높입니다. 민족에 따라 사고방식이나 삶의 습관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이 다름을 바라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입니다.

너무 열심히 일만 하지 말고 적당히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작별을 고하였습니다. 짧지만 인상 깊은 만남이었습니다.

'미셀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Kinlough Presbyterian Church 초청 음악회  (0) 2013.06.28
사랑의 힘  (0) 2013.06.27
나이아가라 소풍  (0) 2013.05.31
거름이 되는 삶  (0) 2013.05.22
"이 사람만 있으면 돼"  (0) 201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