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커넥션 파워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11. 26. 00:11

    한국도 그렇겠지만, 이곳 북미 사회에서도 커넥션 파워가 대단합니다. 부모가 좋은 직장에 근무하면 자녀 또한 괜찮은 직장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Mount Sinai Hospital in Toronto)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계 간호사 엄마는 딸이 간호대학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시기에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간호사를 채용한다는 정보를 딸에게 알려주었고, 병원 측에서는 엄마가 성실히 일하니 딸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우선 채용한 것입니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북미에서 의과대학에 진학하려 할 경우 자신의 부모 중 한쪽이나 양쪽이 의사이면 무척 유리합니다. 아울러 의과대학 학생 중 부모가 좋은 직업을 가졌거나 부유한 가정 자녀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인의 아들은 토론토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아들은 지난여름 채권을 다루는 금융회사에서 아르바이트-이곳 북미에서는 섬머 잡(summer job)을 가졌다고 말합니다-를 했습니다. 일을 마친 후 학교로 되돌아가면서 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빠 김씨 성을 가지고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아.”

자신처럼 정식으로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통해 들어온 이들도 있지만, 연줄로 들어온 이들도 제법 많은 걸 보았던 것이지요. 커넥션 파워가 예상외로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알게 모르게 큰 벽이 있음을 느낀 듯하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애써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캐나다로 이민 오기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몇 세대전부터 이곳으로 이민을 와 기업을 일으켰고 부를 축적했다. 그러니 이너 서클(inner circle)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늦게 이민을 와 자리를 잡으려 하는 우리는 장벽이 있음을 인식하고 뛰어넘으려 애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다른 지인은 10학년-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일 학년-인 딸이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딸은 유대인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5~7세 사이의 어린이들에게 춤을 가르친다. 딸아이에게 댄스를 배우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동양인 선생님이 잘 웃지 않는다고 말했었나 보다. 댄스 학원 측에서는 딸에게 학생들을 가르칠 때 좀 많이 웃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기왕 그렇게 된 것 미소 짓는 연습을 하면 어떻겠냐고 일러주었다. 요즈음 딸은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덧붙여 다른 간접경험도 말해주었습니다.

조카가 북미에서 알아주는 맥길대학 화학과를 졸업했다.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직장을 잡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놀랍게도 이들 중 여러 명이 한국의 삼성그룹으로 스카우트되어갔다. 대부분 한국계 학생들이었다. 조카와 함께 공부했던 맥길 대학 화학과 졸업생들은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그룹 고문이었던 이관희 박사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각 5%씩만 인정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학연 5%, 지연 5%, 혈연 5% 합하여 15%는 인정하되 그 이상 영향을 미치면 불공평한 것이다.”

한국이든 북미이든 벽은 있게 마련입니다. 벽이 있다고 주저하거나 좌절할 일이 아닙니다. 타고 넘으면 됩니다넘을 수 없을 만큼 높다면 문을 만들어 넘나들면 그만입니다.

2013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