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주름 150116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18. 06:20

삶의 뿌리를 낯선 땅으로 옮겨 심은 지 사십 년 된 아저씨는 칠십에 가깝다. 먼발치에서 뵐 때마다 주름이 깊다는 생각을 하였다. 보통 키에 단단한 어깨는 여느 모로 보나 고집이 고래 힘줄 같고 강단이 있어 보였다. 한번은 말도 붙일 겸 텃밭 가꾸기에 대해 여쭈어보았다. 기대와는 달리 나긋나긋 대꾸해 주지 않으셨다. 번지를 잘못 찾았다는 식이었다.

비로소 차분히 마주 앉아 눈빛을 주고받았다. 제법 긴 시간을 함께 했다. 편안한 자리라 그랬는지 아니면 마음을 열어도 될만한 젊은이라 여기셨는지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젊으셨을 땐 한 손으로 소도 때려잡으셨을 성싶다. 손바닥은 물론 손 마디마디에 박힌 근육은 넓고 깊다. 거기에 비하면 발꿈치의 그것은 말랑말랑 촉촉한 아가 손바닥이다. 겪어내신 삶의 풍상도 어렴풋이 느껴진다깊은 주름의 내력도 대략 알겠다. 신념을 관철하고 목적을 이루려 애쓰다 멍든 마음의 상처가 이마로 옮겨진 것이리라. 나무를 깎고 가죽을 잘라 만드는 소파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주름도 늘어났을까. 척박한 땅에서 가구공장을 운영하며 견뎌낸 비바람이 주름이요 굳은살이다. 주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부드러움은 솜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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