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영과 카빌 컨트리 스타일에 앉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8. 11. 22:23

나는 지금 토론토의 영과 카빌의 커피점 컨트리 스타일에 앉아있다. 삼 면이 창으로 되어있어 밖이 훤히 내다보인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푸른 잔디와 죽은 듯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가지 사이로 내려앉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여인들이 보인다. 평화로운 아침 이 시간 이 자리에 고요히 앉아 있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한반도의 한구석에 앉아 있다면 내가 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반도에 국한되기에 십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 노스 아메리카에 있다 보니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관심의 대상이다. 내가 지구촌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생각 속에 자리 잡았다. 코스모폴리탄 적인 사고를 하게 되었다는 건 내게 큰 의미를 지니는 일이다.

언젠가 한국에 들어갔을 때 소꿉친구이던 재호(가톨릭 의대 교수로 재직)가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택희야 너는 구태여 외국에서 살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을 터인데 왜 물설고 낯 설은 그곳에 사니?”라고. 그때 나는 씨익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친구가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친구는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산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랐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듣고 읽으며 더 넓게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는 사실을 친구가 몰랐던 것이다.

2015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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