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깊고 푸른 밤'을 읽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8. 11. 22:25

최근에 작고한 최인호 씨가 1982년에 발표한 깊고 푸른 밤을 읽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자동차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동하는 과정에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냉소적인 내용으로 내용 자체에서 특별한 교훈을 얻는다거나 재미를 느끼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구성을 어떻게 했으며 묘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다. 작품이 발표된 후 그해 이상 문학상을 받은 작품답게 비유와 묘사가 많았다. 당시 대마초 사건으로 연예인들이 구속되는 사건이 잦았는데 여기에서 작품 구상의 실마리를 찾지 않았는가 생각해 보았다.

살면서 보고 느끼는 서구사회와 작가가 여행으로, 혹은 작품을 쓰기 위해 보고 기술한 서구사회와는 차이가 있었다. 작가는 서구 사회를 깊이 있게 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보았다고 해야 할까? (여기에 착안하여 작품을 구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다)  

이 작품이 발표될 당시 나는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하여 죽자사자 공부에 매달릴 때였다. 그때 이미 작가는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를 여행했고 이 작품을 썼다. 모르긴 해도 당시 나는 비슷한 유의 작품들을 읽으며 서구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한 동경이 결국 나를 이곳 토론토에 살 수 있도록 만든 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한국어로 번역된 문학 작품들을 대하며 원어로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물론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 더 많겠지만) 이러한 생각도 나를 이곳 노스 아메리카에 살게 만든 한 계기라 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노스 아메리카에 살면서 뉴스를 듣고 신문을 읽고 큰 불편 없이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건 행운이다.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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