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경이든>
신영복씨의이야기를 읽다. 감옥에서의 20년을 대학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감옥에서 독서를 하고 사색하고 성찰해 가는 것을 몸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감옥에서 한학자를 만났고 붓글씨를 익혔고 사고체계를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한 인격체로 더 성숙할 수 있었다. 어떤 환경이든 그 환경을 자신이 유익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다. 환경에 굴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이 자신의 삶에 밑거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신영복씨는 스스로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했다. 인간은 성찰을 통하여 성숙해 가야 한다. 성숙해 가기위해 어쩌면 상실과 아픔, 결핍은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신교수는 20년의 감옥생활을 견딘 힘이 ‘깨달음’이라고 했다. 깨달음은 바깥으로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고, 안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라고 했다. '깨달음' 참으로 중요한 담론이요 실천과제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폴 에르되시라는 헝가리 수학자가 있었어요. 세계적인 수학자인데, 그 사람이 죽기 전에 이렇게 묘비명을 써 놓았답니다. “마침내 나는 더 이상 어리석어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깨달아가면 모르는 게 더 많아지거든요. 점점 더 깨달을수록 어리석어진다는 말이 실감나게 됩니다. 그런데 죽으면 더 이상 어리석어 지지않는다는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한 것이지요. 이 무한한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아주 미미하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공부하고 성찰할 게 엄청나게 많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는 또 자기의 삶 속에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자기 재구성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옥에서는 전혀 예상치도 않게, 자기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들, 밖에 있으면 도저히 만날 수 없는 그런 사람들과 만나게 되지요. 수많은 사람들의 많은 사연들을 접하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팔만대장경이지요. 기상 한 시간 전인 새벽에, 옆 사람 꺠지 않게 무 뽑듯이 뭄을 뽑아서 벽에 기대면 냉기가 온몸에 확퍼집니다. 몸서리가 처지고 정신이 깨어나지요. 바로 그 시간에 어제 많은 사람들에게 들었던 팔만대장경 같은 수평적 사연들을 수직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깨닫는다는 것은 다양한 수평적 정보들을 수직화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지요. 절대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깨닫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혼란만 더하지요. 그 많은 정보를 수직화해서 재구성 능력을 높여가는 게 바로 공부이고 학습입니다.”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았고 삶의 족적을 명확히 남긴 그는 떠났다. 이제 그가 남기고 간 교훈들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며 살기를 다짐할 일이다. 2016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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