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어를 찾는다’로 데뷔(1945년)한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는 이렇게 노래했다. “가장 용감한 말은 비겁하고/ 가장 경멸적인 말은 여전히 성스럽다/ 가장 잔인한 말은 너무나 동정적이고/ 가장 적대적인 말은 너무나 약하다// 그 말은 화산 같아야 한다/ 격동하고, 솟구치고, 힘차게 쏟아져 내려야 한다” 노벨문학상(1996년) 수상 때 “모짜르트의 음악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는 찬사를 받자 “진정한 시인이라면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한다”고 했다. 구도자처럼 단어를 찾았던 그의 마지막 시어는 ‘소소하나, 충분했다’였다. (한국일보 김혜영 기자의 책 소개 기사에서 발췌) 2016년 3월 5일
눈 쌓인 정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은 은근한 기쁨이다. 영하 9도의 추운 날씨이지만 실내에서는 그리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밤 눈이 많이 왔다. 5시 20분에 일어나 쌓인 눈을 치웠다.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치우는 본격적인 눈, 오랜만에 치우는 것이라 그런지 재미있었다. 노스 아메리카에 사는 기쁨 중 하나는 눈 내린 풍광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나 캐러비언에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 일, 이렇듯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건 살맛 나는 일이다.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공짜로 나누어 준다. 일주일씩이나 거저 주어도 질서 있게 운영된다.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브랜드도 있겠지만 소비자로서는 반가울 일이다. 돈 주고 사 마셔야 할 커피를 공짜로 마시고 있으니 좋은 일이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다. 하하하.
한국에 계신 친척 한 분이 ‘캐러비언은 검둥이들이 사는 곳이 아닌가’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곳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고 또 민족끼리 서로 존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모르시기에 하신 말씀이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존중한다는 것은 성숙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민족에 대하여 차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남과 나를 동일하게는 여겨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소중하다면 남도 소중할 일.
크리스 락(Cris Rock)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진행하며 흑인들이 아카데미 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농담조로 한 이야기였지만 뼈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계 어린아이들을 비하하는 농담을 하였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동일 민족이건 타 민족이건 간에)을 깔보거나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남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스스로 비하를 당하면서도 지나치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일일 터. 20여 년 전 공부를 위해 뉴욕 롱아일런드 다울링 캠퍼스에 갔을 때의 일이다. 강이 바라보이는 한 카페에서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 있었다. 건장한 백인 학생 몇 명이 무리 지어 앉아 킬킬거렸다. 차이니즈가 아니냐며 놀려대는 듯했다. 다가가 "지금 뭐라고 했지?"라고 따지듯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forget it)"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캠퍼스에 머무는 동안 잊혀지지 않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당시의 상황이 분명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심한 모멸감을 느꼈음에 틀림이 없다.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의 공화당 후보들이 상대를 비방하는 수준이 도를 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바른 대접을 받기 위해서라도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특별히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이 다가와 일본사람이냐고 묻곤 한다. 나의 어떤 모습이 그들에게 그렇게 비쳐졌을까? 자명한 건 스스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누구든 간에 먼저 문을 열어주고, 인사를 건네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내가 친절하면 남도 나를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한다. 살아가면서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일은 중요하다.
옆집 친구 폴이 집을 팔려고 내어놓았다. 새벽에 눈을 치우면서 만났는데 오퍼가 들어왔고 카운터 오퍼가 오고 가는 중이라고 한다. 이번 주 중으로 끝낼 것 같단다. 폴이 원하는 만큼 가격을 잘 받을 수 있기를… 사실 폴이 얼마를 받든 이미 수지 맞는 장사를 한 셈이다. 8년 반을 잘 살았고 캐피탈 게인(capital gain)도 얻었다. 폴은 얼마전 쿡스 타운(cookstown)에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같은 규모(frontage 50 feet, 3,000 sqft)의 새 집을 샀는데 가격이 60만불이었다고 한다.(아직 공사를 시작하기 전이니 plan을 샀다고 해야할 것이다) 2016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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