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생명 축제 이야기/閑素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7. 10. 4. 07:19

<생명 축제 이야기/閑素>

 

이른 봄

씨앗을 뿌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여린 싹들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올망졸망 피어올랐다

머리 위로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면

추위를 견디기

힘들다는 듯

서로 의지하며

이겨내곤 했다

한여름

뙤약볕을 견디고

느닷없이 내리는

우박도 이겨내고

잦은 폭풍우마저

지나가고 나면

파아란 하늘이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앙증맞은 꽃을 피워

벌들을 불렀다

벌들은

몸에서

부지런히

꿀을 땄다

꽃이 저문 자리

씨가 영글면

십자매와 참새가 번갈아

날아와 앉았다

다행히 매나 로빈제이는

오지 않았다

여문 씨앗은

정겨운 친구인

작은 새들의 몫이었다

새들은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또 다른 새들을 불렀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열매를 따게 해준 데 대한 

감사의 인사이기도 했다

몸집이 작은 친구들은

제법 오랫동안 팔에 앉아

먹고 즐기며 노래했다

나중에는 부리를

이리저리 비비며 닦기도 하였다

주변의 들풀도

새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하나님은 

한 인생과 

들깨

벌과 새들을 위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시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셨다

'수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오늘 날 외  (0) 2017.10.30
가을 숲에서/閑素  (0) 2017.10.29
바램/閑素   (0) 2017.10.03
위로/閑素  (0) 2017.09.30
비밀/閑素  (0) 2017.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