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가을 숲에서/閑素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7. 10. 29. 00:48

<가을 숲에서/閑素>


늘 더 가지려

아우성하는 너희는

어느 별에서 온

이방인인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말하는 너희는

나무가 옷을 벗는 모습이

보이지도 않느냐

 

허리가 꺽일 듯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의

서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느냐

 

함께 너풀대며

서로 힘이 되는

가녀린 쭉정이가

보이지도 않느냐        

 

 가을 숲길을 걸었습니다. 시냇물이 흐르는 작은 강이 있는가 하면 늪지도 있었지요. 나무로 만든 다리며 철교가 제법 낭만적으로 보였습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은 이미 잎을 반 이상 떨어트린 채 겨울을 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裸木으로 서서 눈보라와 마주하게 되겠지요. 허허로이 흩날리는 갈대는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 몸부림치는 인간들을 향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 존재임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가을의 자연은 우리에게 겸손함과 온유함, 내려놓음을 가르쳐주는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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