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들 형호가 결혼을 한다.(2018년 2월 4일 일요일 14시 서울 반포 아펠가모) 생각만해도 기쁘다. 젊은 시절 우리들이 어떻게 가정을 건사했는지, 살면서 어떤 위기를 겪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 잘 알기에 날듯이 기쁘다. 때로는 새록새록 샘솟는 기쁨을, 때로는 활화산처럼 주체할 수 없는 喜悅을 느낀다.
친구는 이십 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회사 근처에서 호프집을 열었다. 그때가 2002년 월드컵이 열릴 즈음이었는데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이 있었다. 전반전은 친구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후반전과 연장전은 당시 기거하던 상도동 옥탑방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호프집을 이 년가량 운영하다 접어야 했다. 그리고는 전주로 내려갔다. 친구와 내가 삶의 위기를 겪는 동안에도 자녀들은 보란 듯이 잘 자랐다. 형호와 해랑은 고려대학과 이화여대를 졸업했고 지혜와 지은은 맥매스터 대학과 라이어슨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형호는 삼성물산에 취직했고 해랑은 이화여대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대학원 공부를 하러 런던으로 떠났다.
외줄타기와 같은 인생길,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들이 한두 번 아니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들을 잘 넘겼고 이제 자녀들도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하나같이 좋은 습관을 지녔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도 가졌다. 생각해보면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는 석재사업을 시작하여 탄탄한 기반을 이루었다.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내게 보내온 시를 올려둔다.
<자화상/윤동주>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그름이 흐리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48>
http://www.saebomm.com/0204chh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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