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농구 斷想 (스코시아뱅크 아레나)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9. 3. 21. 00:11

 

 모교인 계성고등학교에는 축구부, 농구부, 유도부 등 운동부가 있었다. 각 반에 운동부에 속한 친구들이 서너명 씩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운동부에 속한 친구들은 오전에는 수업에 들어왔으나 오후부터는 자리를 비웠다.

 73년부터 75년까지 이들은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자랑거리가 되곤 했다. 이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전국대회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농구부가 드디어 일을 냈다. 고교농구 춘계연맹전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당시에는 흑백텔레비전만 있었을 때인데 이 경기가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었다.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결승 경기를 화면으로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경기에 뛰었던 동기들로는 박정화, 김여진, 김태범 등이 있었다.  

 대학에서는 계성학교 후배인 김성욱을 만났다. (물론 군 복무로 휴학했다가 복학한 후의 일이다) 성욱은 체격이 좋았는데 센터로 활약했다. 중앙대학교와 경기를 할 때면 한기범, 김유택 두 선수를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일이 벅차다며 씩씩거리곤 했다. 센터로는 작은 키(193cm인가 그랬다)였으나 힘이 좋아 상대 팀 선수들이 골 밑을 쉽게 공략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능하였다대학 졸업 후에는 현대전자에서 뛰었다. 노련한 박수교 선수와 함께 농구대잔치에서 우승하기도 하였다.

 성욱은 주한 미군 출신의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 태어난 혼혈아였는데 생긴 것도 준수했다. 농구선수가 되어 유명해지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농구를 시작했었는데 실제로 국가대표가 되어 88년 서울올림픽대회에 출전했다. 올림픽 대회 이후 자신의 꿈대로 아버지를 찾게 되어 미국으로 들어간 후 연락이 끊겼다.

 농구를 좋아하는 사위와 NBA에서 뛰는 선수들과 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가끔 사위가 농구경기를 같이 보자고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면 대형 화면을 통해 비쳐지는 경기를 함께 보며 렙터즈 응원에 열을 올리곤 한다. 나 또한 농구를 좋아하는지라 이런 시간이 여간 즐겁지가 않다.

 어제(18일)는 사위와 함께 스코시아뱅크 에리나에서 열린 토론토 렙터즈와 뉴욕 닉스의 경기를 보러갔었다. 플로어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 선수들의 움직임과 표정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카와이 레너드와 서지 이바카가 주전으로 뛰지는 않았지만 플리트 벤플릿이 부상에서 회복하여 경기를 잘 조율하였고 카일 라우리, 데니 그린, 파스칼 시아컴, 제리미 린 등이 경기를 잘 풀어 128-92로 쉽게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