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한소>
여린 관목
삐져나온
잔가지에도
다사론 햇살
내려앉는
지붕 위에도
두 팔 벌려
봄 기다리는
나무 위에도
잔설
소복한
수풀 속에도
당신은
자비론 얼굴로
비추십니다
메이저맥 선상 베더스트와 더플린 사이에 팀호튼 커피점이 있다. 북쪽을 향하여 앉으면 창밖으로 길이 보이고 길 건너편엔 새로 지은 집들이 줄지어 있다. 예전 이곳은 공터였고 길 쪽으로 큰 나무가 심겨 있었는데 이를 뽑아내고 터를 닦아 주택단지로 만들었다.
년 전 고목의 밑동이 잘려나갈 때 내 몸에 상처를 내는 듯 아팠었다. 나무들이 잘려나간 지도 사 년이 지났다. 자연이 훼손된 건 아쉬운 일이지만 새로 조성된 동네도 나름의 운치는 있다. 녹지를 조금이라도 남겨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길가 쪽으로 중키 정도의 나무가 팔 벌려 서 있고 옆으로 키 작은 관목이 이어져 있다. 겨울 동안 쌓였던 눈이 잔설로 남아 뿌리를 덮었다. 잔설이 마저 녹아내리면 죽은 듯 보이는 가지에도 생명의 싹이 움터오리라.
하나님은 자신의 모습을 관목 아래, 아직은 움트지 아니한 나뭇가지에, 대각선으로 보이는 수풀 속에 골고루 숨겨두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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