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춘삼월이라 했던가. 새해를 맞은 지 두 달이 훌쩍 지나갔고 삼월로 접어들었다. 머지않아 숲속 나무는 뿌리로부터 물을 길어 올리기 시작하리라.
봄기운이 마음을 설레게 했던 걸까. 이른 봄이면 태자 누나는 쑥을 따러 다녔다. 누나는 어머님 쪽 먼 친척뻘이었는데 어머니를 도와 부엌일이며 집안일을 하며 함께 살았다.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이른 봄이면 누나는 바구니를 옆에 끼고 쑥을 따러 나섰다. 따온 쑥을 모았다가 쑥국을 끓여 먹기도 했고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초록빛이 나는 쑥떡은 쫄깃쫄깃했고 쑥 냄새가 물씬 풍겼다.
지난해 봄 아내가 알려주는 숲으로 가서 산마늘(명이나물)을 땄다. 아내는 한 움큼 따온 산마늘에다 갤러리아에서 사 온 산마늘을 합하여 김치를 담갔다. 산마늘의 진한 향은 봄의 희열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게 했다.
봄이 오면 나이 든 어르신들은 숲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따기도 한다. 자연 속에 피어난 고사리를 마구 뜯는 것은 금하고 있지만, 일부 어르신들은 살금살금 숲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따오기도 하신다. 많은 양의 고사리를 마구잡이로 따는 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지만 한두 봉지 따며 봄기운을 느껴보는 건 애교로 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곳 토론토에서 제대로 된 봄기운을 느끼려면 아직도 두 달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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