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여우 만난 아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2. 2. 22. 00:09

 황금빛 털을 가진 여우 한 마리가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여유 있는 걸음걸이였다. 금방 목욕이라도 한 듯 말갛고 잘생긴 녀석이었다. 눈 더미 사이로 난 길을 유유히 걸으며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현관 앞에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주말에만 함께 지내는 아내가 뒤뜰에 토끼가 있으니 보라고 말했다.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토끼는 지금 깊은 *겨울잠에 빠져있을 거라며, 청설모(squirrel)를 잘못 본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못 이긴 듯 내려다보니 토끼 한 마리가 눈 위를 오락가락하며 빠져나갈 공간을 찾고 있었다. 영하 십 도가 넘는 강추위가 수일 째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서성이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온 땅이 꽁꽁 얼어붙은 데다 눈까지 수북이 쌓여 먹이를 어떻게 구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여우 외에도 너구리, 고슴도치, 토끼 등 야생동물을 자주 접한다. 십수 년 전에는 집 주변을 서성이는 늑대를 본 적도 있다. 늑대를 만난 다음 날  새벽  우우~ 우는 *늑대 울음을 들었다.

 생태계 보전이라는 이슈에 마음이 가 있어 그런지 야생동물을 마주하는 기쁨이 쏠쏠하다. 인류가 그들의 터전을 앗았다고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토끼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에 속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어릴 적 과수원에서 살 때 가끔 늑대 울음소리를 듣곤 했다. 강변 외딴곳에서 늑대가 울면 동네 개들이 목청껏 짖어댔다.

 

“’생태대라는 미래는 지구를 착취의 대상이 아닌, 사귀어야 할 주체로 이해할 때 실현 가능하다. 지구를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음식물, 안식처, 생계를 제공하는 결과로 지구에는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은 우리 인간이 자연계를 존속시킴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가 자연을 존속시켜야 자연도 우리를 존속시킨다. 만약 자연 생명체계가 기능을 중단한다면 우리의 과학, 기술, 사회 제도들도 기능을 멈출 것이다.

 지구라는 행성의 불가사의한 면과 아름다움, 그 의미에 친밀성을 가져야만 지구가 제 기능을 하게 되며, 그와 더불어 통합적 인간관계가 가능해진다. 이는 인간이 지구의 다른 존재들을 존중하면서 참된 번영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토마스 베리의 '위대한 과업-미래를 향한 우리의 길' 저자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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