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하순으로 접어들 즈음 호박씨를 심었다. 모종으로 키워 텃밭에 내다 심을 요령이었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하나씩 넣고 흙으로 덮었다. 창 쪽에 가지런히 놓았다. 며칠이 지나자 흙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새싹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경이롭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랴. 작은 씨앗에 담긴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 경이로웠다. 싹을 틔운 후 하루가 다르게 키를 키우는 여린 녀석들이 귀하고 대견했다.
토론토는 겨울이 길다. 텃밭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내다 심으려면 오월 중순은 지나야 한다.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땅에 바로 씨를 넣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늘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고 실내에서 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린다. 싹이 트고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텃밭에 내다 심으려면 열흘은 족히 더 기다려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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