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엄마와 함께 손주 시온이가 처음으로 교회에 나왔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라 더욱 반갑고 기뻤다. 얼마나 감격스러웠던지! 하나님께서 부족한 이에게 이렇듯 소중한, 감격의 순간을 선물로 주셨다. 훗날 시온이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어서 편지 형태로 몇 줄 적어 둔다.
사랑하는 시온아 네가 처음 교회에 나온 날 할아버지는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유모차를 밀고 교회로 들어오는 네 아빠엄마를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당시 나는 시무장로였는데 예배부를 담당하고 있어서 교회로 들어오시는 교인들을 맞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도 하지 않던 일이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네 아빠와 엄마가 유모차를 밀고 교회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네가 유모차에 타고 있었지. 태어난 지 7개월 된 네가 말이다! 너는 무척이나 의젓하게 유모차에 앉아 있었지.
사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심장이 마구 나대었지만 반가운 표시를 다 할 수 없었다. 다른 아가들도 있었기 때문이란다. 또한 장로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었기에 네 곁으로 다가가 바로 껴안아 주지 못하였다. 줄곧 너와 같이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가 가족처럼 여기는 김창일 목사님도 감격스러우신 듯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하셨다.
김창일 목사님은 네 엄마가 네 아빠를 만나기 전부터 친분이 있던 분이었다. 네 엄마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던가 김창일 목사님께서 아내 되시는 김혜정 사모님과 함께 할아버지 네에서 식사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대학생이던 이모도 함께 있었지. 네 엄마가 퀘벡주에 있는 원주민 마을로 미션 트립을 갔을 때 김창일 목사님과 함께 가기도 했다. 네 엄마가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잡기 위해 원서를 넣기 바로 전이었어.
할아버지는 당시 네 엄마가 대학을 졸업하고는 직장을 잡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9박 10일 동안 선교를 다녀온다는 말을 했을 때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원서를 넣고 나서 기다리는 동안 미션 트립을 다녀와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 하지만 네 엄마는 미션 트립을 다녀온 후 원서를 넣기시작할 거라고 하셨어. 당시 미션 트립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가는 선교여행이었는데 네 엄마는 선생님 자격으로 함께 했었던 것 같아. 김창일 목사님은 지도 목사님으로 참여했었지.
네가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한 날 여러 분들이 너를 반겨주셨다. 네 엄마아빠의 결혼식에서 첼로를 연주해주었던 아빠 친구와 그분의 아내를 만나기도 했단다. 네 아빠 친구 내외는 본 한인교회의 새 가족으로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어. 그런데 아빠의 친구분 아내가 너를 안아주었을 때 너는 울지도 않고 가만히 있더구나. 김창일 목사님께서 너를 안아주었을 때도 가만히 안겨있었어. 어진 너의 성품이 나오는 것 같더라.
할아버지가 다가가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네게 보이며 "시온아 할아버지야'라고 말했을 때 너는 할아버지 얼굴을 기억하는 듯 활짝 웃어주었지. 네가 웃어줄 때 할아버지의 마음은 녹아내리는듯 하더구나.
마침 할머니도 함께 있었는데 너는 할머니 품에 안겨있기도 했고 할머니가 너를 유모차에 눕히고 이리저리 다닐 때도 울지 않고 편안하게 잘 놀았다. 나는 네가 처음 교회 나온 날의 그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그 감격을 늘 생각하면서 감사하면서 살고 싶단다. 시온아 다시 한번 네가 엄마아빠와 함께 교회에 처음으로 출석한 것에 감사하면서 그 감격을 기록해 둔다. 2022년 4월 10일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날씨가 제법 춥고 쌀쌀했어.
앞으로 아빠엄마가 본 한인교회에서신앙생활을 하는 동안 여호와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게 될 터인데 너도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하나님께서 평생 네 삶을 인도하실 거야. 사랑한다 시온아 고맙다 시온아!
2022년 4월 24일 주일 2부 예배 때 너는 고영민 담임목사님으로부터 축복기도를 받았다. 축복기도를 받는 네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하던지!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여러 성도 분들이 네가 참 귀엽고 사랑스럽더라는 인사를 건네며 축복해 주셨다. 너는 온 성도의 기도와 축복을 받은 셈이지. 고영민 목사님의 기도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적어둔다.
“사랑하는 아들 김시온 이제 하나님 앞에 나와서 축복을 받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돼서 일평생을 하나님께 헌신하는 구원의 삶을 사셨듯이 이제 시온이가 하나님의 성전에서 하나님께 온전히 봉헌됩니다. 시온이의 모든 앞날과 미래를 주님이 맡으셔서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하는 귀한 아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름처럼 시온의 영광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큰일을 감당하는 주의 아들로 성장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지혜와 키가 건강하게 자라게 하시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균형 있게 사랑 받는 귀한 믿음의 아들 되게 하여 주옵소서. 사랑하는 두 부모에게도 지혜를 주셔서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영적인 것과 모든 필요한 이 땅의 것을 주님께서 부어주시옵소서.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아멘.”
시온아 너는 목사님의 기도대로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균형 있게 사랑 받는 귀한 믿음의 아들’이 될 것이다.
이날 이모부와 이모 그리고 형 제영도 함께 예배를 드렸고 서로를 축복하며 기쁨을 나누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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