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만나는 아내는 “미안해”라고 말했다. ‘담장 밖 사역’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라고도 했다. 어떤 분과 아침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며 문밖을 나서던 아내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 말이었다.
만나는 분은 젊은 딸을 잃은 어머니였다. 아내에게 한동안 피아노를 배웠던 제자가 그분의 따님이었다. 제자는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제자를 떠나보낸 셈이고,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시집도 안 간 딸을 잃은 셈이다.
아내는 딸을 잃은 엄마와 만나려고 이 년여를 기다려왔다. 딸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제자를 잃은 슬픔과 딸을 잃은 아픔, 그 슬픔과 아픔을 서로 나누며 힐링의 시간을 가지려 한 것이다. 아내는 아침 식사를 함께한 후 숲을 걸을 예정이라고 했다.
2022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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