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밴프 여행기 2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2. 6. 8. 00:42

캘거리에 도착하여 예약해둔 자동차를 픽업했다. 배정된 지프는 운전석이 높아 편안한 느낌이다. 소형차보다는 더 안정적이다. 공항에서 밴프로 이동 중 캔모어에 들러 햄버거와 오렌지주스로 시장기를 달래다. 더글러스 퍼 리조트에 체크인한 후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리 넓지 않은 밴프 중심가는 아담하고 소박하다.
보우 강 주변을 거닐다. 오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딸이 나이 든 엄마의 휠체어를 몰고 천천히 강을 따라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와 생애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하는 건 아닐까.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전 큰아들 내외가 사는 토론토에 단 한 번 오신 적이 있으셨다. 한 달가량 지내시며 토론토 인근을 돌아보셨고 이박 삼일 뉴욕을 함께 여행했다. 마침 가을의 절정이라 단풍이 무척 아름다웠다. 특별히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이동하는 중 차창을 통해 바라본 단풍은 지금까지 보아온 단풍 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아버님께서는 친구분들에게 캐나다를 가면 로키는 꼭 한 번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로키를 한번 가보면 안 되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비행기를 타고 서너 시간을 이동해야 하고 미리 계획하여 예약하여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음에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꼭 아버님을 캐네디언 로키가 있는 밴프로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한두 해 세월이 흐르고 아버님은 말기 암 판정을 받으시고 넉 달 반 만에 세상을 뜨셨다. 밴프에 머무는 동안 아버님 생각이 문득문득 나곤 하였다. 휠체어에 앉은 엄마와 강변을 거니는 딸의 모습을 보니 한국에 계신 어머님과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숙소의 위치는 터널 마운틴 초입에 위치해 있었는데 더글러스 퍼 나무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리조트 이름도 더글러스 퍼 리조트였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눈 덮인 바위산은 밴프에 머무는 내내 감동과 기쁨을 선물했다. 푸른 잔디 위로 야생 엘크가 풀을 뜯으며 지나갔다. 방에서 사슴이 풀을 뜯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대하며 자연 속에서 인간과 야생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일이 귀하고 아름답게 여겨졌다. 여행 기간 내내 엘크와 산양을 만나곤 하였다. 그들은 여행객을 보아도 놀라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산양이나 엘크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빤히 바라보고는 지나치곤 했다. 숙소에서 매일 저녁 파이어 플레이스에 장작을 피운 것도 기억에 남는다. (2022년 5월 31일)

밴프에 도착하기 전 들른 캔모어의 맥도널드
여행기간동안 이용한 렌터카-운전석이 높아 좋았으나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숙소 창으로 바라본 바깥 풍경
아침 저녁으로 야생 엘크가 풀을 뜯으며 지나갔다-머물던 방에서 바라본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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