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사랑하는 어머님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2. 12. 2. 22:53

사랑하는 어머님, 지혜는 이사 잘 마쳤습니다. 캐나다의 포트 이리에서 미국의 버펄로로 이사했지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옮겨 갔지만 살던 곳애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입니다. 학군을 비롯한 주거환경이 좋아 버펄로에서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태호(사위)와 지혜가 매일 국경을 건너 출퇴근을 해야 했는데 이제는 국경을 건너지 않아도 되니 잘된 일이지요. 30대 중반의 부부가 살기에는 집이 좀 큰 편이나 두 사람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면 적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포장이사를 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짐을 싸고 트럭을 빌려 이사했는데 수고는 하였지만 경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도 이사하기 전날인 금요일에 가서 짐을 싸는 것과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지요. 화요일에는 그동안 세 들어 살던 포트 이리의 집도 깨끗이 정리해 주고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병원 일을 마치고 퇴근한 후 정리해야 하니 시간도 많지 않을뿐더러 제영이도 돌봐주어야 하니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옆집에 사시는 데릴 목사님과 코닐리아가 좋은 이웃을 떠나보내게 되었다고 많이 서운해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딸네 식구들을 초대하여 직접 구운 케이크와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딸이 말해주었습니다.

데릴 목사님은 저와 나이가 비슷하고 그분의 아내 코닐리아는 지혜 엄마와 나이가 같은데 고등학교 시절 만나 결혼을 하였다고 합니다. 나이아가라 인근의 한 교회를 담임하며 30여 년 섬기시다가 최근에 은퇴하였지요. 몇 달 전 대장에서 암이 발견되어 키모 치료를 받고 계시는데 수술이 자꾸 미루어져 걱정입니다. 암 전문의에게 연락이 왔는데 다음 주 월요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답니다. 저와 처음 만났을 때 은퇴를 앞두고 있다고 너무도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일에서 놓여나자마자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지난 화요일 잠깐 만났을 때에도 수술은 가능한 것인지 언제 수술을 할 것인지 등 기다리는 시간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짐을 싸고 정리를 하는 가하면 이웃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도 있습니다. 이웃이 무사하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네 삶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겸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또 소식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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