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끝없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신동호)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4. 8. 22. 00:34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신동호>
지쳤거나 심심하거나, 새로운 기분이 필요하거나, 그저 발길 닿는 대로였거나, 강북 어디를 돌고 돌아 집이었는지 길이었는지, 오늘이었는지 먼 훗날이었는지, 공간이었는지 시간이었는지 간에.

창문여고를 지나 장위동 방향으로 오른쪽 길을 올라가는 172번 버스는 종로경찰서 앞에서 탄다. 사십 년 전 어디메, 기름 자국이 밴 봉지를 들고 아버지가 오셨는데, 춘천에 생긴 원주통닭집 길모퉁이 어디에서 돈을 세어보고 계실 거 같은 장위동. 하계동 장미 아파트에서 내려 지하철 7호선으로 갈아타는 그 자리가 큰딸이 태어나던 시절 살던 하계시영아파트 6동 앞이다. 성북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 기사께 차비 오십 원이 부족해 절절매던 날들이 마치 지금 같아서 등골에 진땀이 밴다. 거기서 만성 원형탈모증에 시달리며 살았다. 동전만 한 가난도 버릇일지 모른다.

사연 없이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까.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릴 텐데, 창밖 국숫집들, 짬뽕집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았다면, 진흙으로 귀를 막고. 111번 버스에 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 종로 6가. 고대 앞, 종암동을 지난다. 고대 망각주는 스무 살 폭풍을 감금하던 키클롭스의 술통에서 건져 왔던 것. 무교동을 출발한 항해는 의정부라는 돌풍을 만나 번번이 수락산역 3번 출구에서 난파되었다. 되찾아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였는데, 민주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이 홀로 아름다웠음을 애석해한다.

은밀한 익명, 사명감, 책임감, 무게의 은폐.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황석영을 통해 몰랐던 세계를 알았고 분노했으며, 김지하에게서 시대의 슬픔을 보았고 시대와 나를 동일시하는 법을 익혔다. 이문열은 아련했다. 이상하게도 아련함 때문에 견딜 수 없었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거기다. 아련함 때문에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분노와 슬픔은 거리에 던져버릴 수 있으나 아련함은 자꾸 줍게 된다.’ 시청 앞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세 번의 건널목을 뛰어, 장비의 눈물 어린 장팔 사모를 휘두르며, 명동을 홀로 뚫고 지난다. 산둥의 말소리와 호객꾼의 외침, 네온사인과 맞붙어 4호선 명동역까지, 자룡 조운의 세련된 창 솜씨에 주눅 들어, 늘 술에 젖어.

밤의 시간은 언제부터 도착이었는가. 단 한 번의 사냥을 위한 완벽한 휴식. 낮의 시간은 언제부터 방랑이었는가. 문을 통해 들어가는 중이었던가, 나가는 중이었던가.

*보르헤스의 소설 제목을 따옴. 보르헤스는 시간이 탑이나 기둥처럼 독자적으로 솟아 증식한다고 했다. 흐리지 않았다.
-신동호 시집 [그림자를 가지러 가야 한다] 중에서


2024년 DNC(2024 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 Day 2)를 CNN방송을 통해 보고 들었다. 미셀 오바마와 버락 오바마의 연설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잘 들리는 것에 고무되었다. 영어를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린다는 건 꾸준한 노력의 결과이리라.

차고에 틈이 있는 부분을 메웠다. 홈디포에서 틈을 메울 수 있는 재료를 사서 붙였는데 재질이 스펀지 같은 것이어서 다소 신경이 쓰인다. 혹 물이 고여있다가 위에서 떨어지면 곤란할 텐데. 이번 겨울을 지나보고 문제가 있으면 보완토록 해야겠다. 겨울에 차를 차고에 넣기 위한 예비작업이었는데 생각보다 쉽고 간단한 일이었다.

트리머가 고장이 나서 새로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지난번 산 트리머는 누군가 반납(리턴) 한 것을 60불가량 주고 샀었다. 원래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얼마 쓰지 않아 고장이 났다. 새로 사는데 드는 비용은 150불가량인데 세금을 포함하면 165불쯤 될 것이다. 아무래도 하나 사야 하지 않을까 싶다. 3번 아이언의 그립도 교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오늘내일 중으로 교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