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청소년

오래 기억하려면...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5. 10. 24. 20:05

오래 기억하려면 반복해서 저장하자[내것으로 만드는 공부비결]


개념화되지 않은 정보는 추상화로 남아 말로 표현하고 들으며 뇌를 깨어있게 해야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지현이가 학습클리닉을 방문하였다. 생활에서 큰 문제가 없고 공부도 꽤 열심히 하지만 성적은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 기말고사에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성적이 그다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지현이의 고민이었다. 더구나 안타까운 것은 시험을 보면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인데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현이는 분명히 공부는 했는데 막상 시험 현장에서는 ‘생각이 정확히 나지 않아 틀렸다’,

실수가 많았다’고 얘기한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과 교재로 많은 시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도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현이의 경우 마음가짐이나 집중력에는 큰 문제는 없었고,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심한 편도 아니었다. 그의 문제는 공부가 확실히 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었다. 공부방법에 개선할 여지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확실한 공부와 그렇지 못한 공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시간적으로 볼 때 기억은 아주 짧은 기억부터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존재한다. 시험 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부한 내용이 오랫동안 기억되어야 하는데 이를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라고 한다. 뇌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기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장기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장기기억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가 제대로 받아들여지고 ‘인식’되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를 의식해야 한다는 것. 정보를 의식하고 인식할 때 뇌의 뒤쪽에 입력된 정보가 기억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두엽, 즉 뇌의 앞쪽으로 전달된다. 전두엽이 활성화될 때 비로소 단기기억이 만들어지며 제대로 된 기억의 과정이 시작된다.

 

인식이란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밑그림에 해당한다. 만약 밑그림이 희미하다면 덧칠하기가 어려워져 좋은 그림, 즉 명확한 기억이 완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지현이의 경우도 기억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인식의 과정에서 불분명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마치 수박겉핥기식의 공부를 반복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다.

 

인식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물론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식으로 만들어진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반복’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복습이라는 것은 뇌과학적으로 볼 때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어 가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인식’과 ‘반복’이며,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인식과 반복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하는가와 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정확히 인식되지 않고, 적절하게 개념화되지 않은 정보는 기억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뇌는 혼돈에 빠지고 기억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 버린다. 당연히 막연한 느낌이 들고 정확한 회상이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인식능력의 차이가 학습능력의 차이를 결정하는 주요요인의 하나가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식능력도 노력하고 훈련하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식을 높여주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신이 본 정보를 말로 표현하고 듣는 것이다. 이는 시각적 정보를 언어적, 청각적 정보로 바꾸어 주어 동시에 뇌를 활성화시키므로 인식을 높여주고 단기기억을 촉진시킨다. 학습의 출발은 정확한 인식이다. 단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뇌(brain)가 보고 듣는 것임을 명심하자.

 

<김정수 의학박사·정신과 전문의>

< 조선일보 2005년 10월 24일자 E1면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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