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청소년

교육비에 대한 부담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6. 5. 19. 12:02

  가끔 주위 사람들로 부터 교육비에 대한 걱정을 듣곤 한다.
 

   나이가 40을 좀 넘긴 한 후배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10년간 하다 나와 사업을 시작하였으나 아쉽게도 모아놓은 돈 얼마를 날리고 사업을 정리하였다. 지금은 인쇄와 보험영업을 하여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후배에게는 중2, 초등학교 6학년, 3학년에 다니는 세 자녀가 있다. 후배는 자나깨나 자녀들 교육 때문에 걱정을 한다. 이들을 뒷바라지 하자면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며 열심이다.

  

   과외비다 대학등록금이다 하여 자녀교육비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후배는 선배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의 물음에 민망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나 솔직히 답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아이들이 18세가 되기까지 있는 힘을 다해 지원한다. 하지만 18세 이후가 되면 학비는 물론 용돈까지도 스스로 해결토록 한다”고 말해주었다. 사실이 그렇다. 나의 경우 딸들이 18세가 될때 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해 주었다. 교육에만 집중적으로 신경을 쓰다보니 따로 저축할 여유가 없었다. 5살이 되기 전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게 하였는데 어릴 적부터 레슨비가 아주 비싼 선생님들로 부터 레슨을 받게 하였다. 음악을 시켜본 부모님들이라면 이해하시겠지만 좀 한다는 선생님들로부터 레슨을 받으려면 많은 돈이 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평범한 가정에서 일주일에 두번씩 레슨비를 낸다는 겻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하나면 모르겠지만 둘씩이나 되니 오죽하겠는가. 음악뿐 아니라 춤이든 골프든 배우고 싶은 것 있으면 별도의 돈을 들여서라도 배우게 했다. 아이 교육시키기 위해 집을 하나 렌트해야 했고 당연히 생활비까지 들여야 했으니 대기업에서 받는 월급은 집 월세-이를 현지에서는 렌트비라 부름-생활비, 아이들 레슨비로 지출하면 항상 모자랄 지경이었다.

  

   한번은 회사에서 휴가를 내어 아이들을 보러갔다. 어느날 저녁 아이들을 불러 앉혀놓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아빠와 엄마는 너희들 교육을 위해 전력투구 해왔다. 알다시피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 아빠 엄마의 노후준비는 거의 하질 못하였다. 그래서 너희들이 18세가 될 때까지는 충분히 지원하겠지만 18세 이후부터는 아빠 엄마에게 의지하지 말고 너희들이 알아서 공부하고 생활하여라. 18세 이후 집을 나가 따로 살아도 말리지 않을 것이다.”
이 말에 아이들은 결코 반발하거나 반박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했다. 아이들도 아빠엄마의 말이 사실이고 또 부모가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부모님들의 노후가 순탄치 못하리라는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이 이후 나는 18세 이후의 아이들의 재정적인 부분을 뒷밧침해야한다는 부담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당연히 18세 이후 아이들의 삶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스스로 알아서 한다. 학비, 생활비를 벌어가며 대학을 다닌다. 벌어서 다닐 자신이 없으면 장학금이라도 받는다. 대학을 다니면서 부모에게 도움을 받거나 또는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것을 오히려 부끄럽게 여긴다. 당연히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다. 돈이 많은 부모를 둔 자녀들 일지라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부모로 부터 도움 받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한국의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 자식이 대학을 들어간 후에도 학비를 대어주고, 용돈도 주고 심지어는 유럽배낭여행한답시고 돈 대주고 어학연수 한다고 돈을 대준다.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좋다고 이야기 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독립심을 가지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가기 위해서는 전자도 나쁘지 않다. 안될것 같지만 던져놓으면 가능하다.


  대학을 꼭 4년에 마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어가면서 공부하느라고 6년에 걸쳐 마칠 수도 있고 8년에 걸쳐마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며 어떤 성취를 얻었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2006년 5월 19일 이택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