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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에 하는 일은 무궁하다. 갭이어 잘 보내기 안내서만 200권이 넘는다. 학생들은 아프리카에서 학교를 짓고, 과테말라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지중해에서 양을 치고, 미국의 등줄기 애팔래치아산맥 3360㎞를 6개월간 종주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작년에 ‘대학으로 가는 길목에서 더 많은 10대들이 우회한다’며 갭이어 증가 추세를 전했다.
▶영국에선 1년 휴학한 대학생이 2002년 7%에서 2005년 10%로 늘어났다고 한다. 윌리엄 왕자가 한몫했다. 이튼스쿨을 나온 윌리엄은 2001년 세인트앤드루스대에 들어가기 앞서 자기만의 1년을 보냈다. 카리브해 소국 벨리즈에서 정글훈련을 하고,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를 여행했다. 윌리엄은 “시간당 10달러를 받고 영국 시골에서 농부로 일한 게 가장 값지다”고 했다.
▶한국에서 2005년 대학을 마친 학생들은 군 복무를 제외하고도 남학생은 평균 1년, 여학생은 7개월 더 학교에 적(籍)을 뒀다는 취업 정보업체 조사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3년 새 6개월이나 늘어났다. 한국판 갭이어라고 할까. 영·미의 갭이어는 일부 학생들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워낙 보편적이어서 대학이 5년제가 돼버린 셈이다. 그 내용도 하늘과 땅 차이다.
▶다른 취업업체가 조사한 대학생 휴학 사유는 취업 준비(32%), 등록금·생활비 마련(24%), 어학 연수(20%), 고시 등 시험 준비(15%) 순이었다. 졸업생 열에 네댓이 백수가 되는 취업 현실의 그늘에 짓눌린 휴학이다. 갭이어가 활달하고 창조적인 자기 개척과 봉사 기회라는 걸 생각하면 한국판 갭이어는 짠하기까지 하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당부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대학 1년을 더 뒷바라지하고도 방구들 지고 누운 자식을 지켜 봐야 하는 부모는 또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주용중 논설위원
<2006년 5월 19일 조선일보A34면 만물상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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