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된 서울대 신입생 특성 조사 보고서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서울대라면 국민 누구나 관심을 갖는 게 보통이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못 보신 분을 위해 몇 가지 내용을 소개합니다. 있다. 작년보다 4.4%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학원 과외는 54.9%, 개인과외 42.2%, 그룹과외 19.6%였으며 경험이 없다는 학생은 26.5%. 읍면이하 5.1%, 국외 1.8%였다. 재수생은 29.5%로 남학생 재수비율은 31.8%, 여학생은 26.3%였다. 판매.서비스직(16.9%) 등이었고, 어머니의 경우 64.3%가 전업주부 성과를 거둔 학생들에게는 인터뷰가 쏟아졌고 그런 기사가 입시철의 단골 메뉴 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두가 한결같이 “과외는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대답한다는 거였습니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모두가 모른 척 듣는 얘기였죠. 너무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에 아홉 이상이 해당된다고 합니다. 요즘 입시에선 과외를 받기 어려운 읍면지역 학생들도 심층면접에 대비해 서울이나 인근 대도시로 임시 유학하는 게 보통이라는 겁니다. 아직은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등 학생들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서울대 의예과나 법대 학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과외, 그것도 고액 과외를 받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대단히 힘들다고 합니다. 저희들끼리는 과외 안 받았다고 하면 이상하게 쳐다볼 정도라고 합니다.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는 보통의 학부모들은 마음이 착잡할 것 입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최악일 때는 학원 수강 하나 둘 끊다 보니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학부모도 더러 만납니다. 보내기도 여간 힘든 게 아닌 학부모들은 어찌해야 할까요. 일부에서는 예전처럼 평준화를 해제하면 수준 높은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니 서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학교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 등을 되살려야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꼭히 바람직한 방법은 아닙니다. 기다리기에는 당장 대학입시가 닥친 고교생 학부모들에게 여유가 없습니다. 좀 고리타분한 원칙 이야기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한 교사의 얘기입니다. “요즘 애들은 예전에 비해 공부에 대한 동기가 대단히 취약합니다. 과거엔 내가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 고생하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성공해야 한다며 독기를 품은 학생들이 많았죠. 그런데 요즘은 어려서부터 먹고 사는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고, 어지간하면 원하는 장난감이나 책 같은 걸 부모에게 받으며 자라다 보니 고생이란 말을 잘 모릅니다. 이래서는 공부를 해야 하는 동기가 약하거나, 제대로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과외 안 받으며 과외 받은 놈 이기려면 독기 말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봤자 한계는 있겠지만요.” 너무 분명합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인 셈이죠. 굶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찌 배고픔의 고통을 이해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그의 말대로 공부에서 동기는 대단히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헝그리 정신 말고도 자녀에게 동기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방법입니다. 자아실현의 의미와 필요성 등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면 좋겠죠. 단, 숙제처럼 던져줄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먼저 읽어본 뒤 “야, 내가 모처럼 책 한 권 읽었는데 정말 좋더라”하며 건넬 수 있다면 더욱 괜찮지 않을까요.
<2004년 6월 24일 김재경님이 매일신문에 올린 글을 따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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