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ctice·청소년

핀란드에서 만난 영어(따온 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6. 24. 14:27
      지난 15일 오후 2시 핀란드 헬싱키 시내 중심부에 있는 핀란디아 홀에서는 제1회 밀레니엄 기술상 수상식이 열렸다. 핀란드 정부가 인류 발전에 공헌한 과학기술자에게 노벨상에 견줄 만한 상을 수여하는 자리다.

 

핀란드로서는 범국가적 행사인 만큼 식장에는 할로렌 대통령을 비롯해 핀란드의 내로라 하는 정·재계 인사 2000여명이 부부 동반으로 참석했다.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공로로 이날 상을 받게 된 팀 버너스 리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와 가족, 외교사절단, 외국 기자단 등 50여명의 외국인들은 시상식에 앞서 잠시 당황해 하는 표정이었다. 동시 통역이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걱정은 예상을 빗나갔다. 연단에 올라온 핀란드재단의 야코 이하무오틸라 이사장은 처음부터 영어로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어 올라온 수상자선정위원회 페카 타르얀네 위원장 역시 영어로 연설했다. 타르얀네 위원장이 연설 도중 “오늘은 팀의 아들 벤자민의 10번째 생일”이라고 말하자, 2000여명의 핀란드인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모두들 알아들었다는 증거다. 버너스 리 교수가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너무 많은 핀란드인들이 영어를 할 줄 알아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을 정도였다.

 

핀란드어와 영어는 뿌리가 다르다. 이 나라 사람들에게 영어는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구 520만명의 핀란드는 생존을 위해 외국어를 배운다”고 말한다. 러시아·독일·스웨덴 등 열강에 낀 핀란드가 세계경제포럼 (WEF)이 선정하는 국가경쟁력 랭킹에서 항상 1, 2위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처지가 비슷한 우리는 언제쯤 2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조선일보 6월 23일에서 따온 글, 조선일보 산업부 최우석기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