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
임춘자(42)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부동산을 몰랐다.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그땐 부동산을
몰랐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2003년 7월 현재, 그녀는 '부동산을 안다'고 자신한다. 그도 그럴게 지금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부동산 업자'다. 그것도 잘 나가는.... 재건축·재개발에 특히 강해 업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하다. '임 사장에게 가면 웬만한 물건이
다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임씨의 남편 이규연(44)씨는 '아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운 좋은(?) 사내다. 그는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20년 만에 회사원 타이틀을 뗀 셈. 많이 망설였지만 아내의 든든한 후원이 큰 힘이 됐다. 부부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던
날에도 '부창부수(夫唱婦隨)'의 화목함이 돋보였다. 주역(唱)과 조역(隨)이 아내와 남편으로 바뀌었지만 이들의 애정전선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임씨는 2002년 초 중개사 자격증 취득을 계기로 중개업소를 개업했다. 아파트 담보대출로 빌린
1억5천만 원으로 길음동에 7평짜리 상가를 매입한 후 사무소를 차렸다. 재건축이 한창인 지역이라 일감도 많았다. 초보라는 핸디캡 때문에 순이익
5대5 조건으로 전문가까지 고용했다. 그런데 이게 악수(惡手)였다. 돈은 돈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고생했다. 결국 전문가를 해고했다. 이때부터
남편 이씨가 일을 조금씩 거들었다.
그런데 운이 터졌다. 그 해 가을 길음동이 강북 뉴타운 지역으로 결정된 것. 10구역, 1만7천
세대의 강북 최대 재개발 사업에 임씨 부부도 합류했다. 하루에 수 천만 원의 수수료를 벌기도 했다. 현재 꽤 진척된 구역은 프리미엄만 1억 원에
육박한다. 그래도 물량은 거의 품귀상태. 임씨는 중개업무는 물론이고 1~10구역에 한 개씩 물건을 확보해 차익을 노릴 계획이다. 현재 이 목표는
거의 이루어졌다. 전세 끼고 약 7천만 원에 산다면 대략 30평대 분양이 가능하다. 못 잡아도 프리미엄만 10억 원을 훌쩍 넘긴다.
현재 임씨 부부는 부동산 자산만 20억 원대다. 종자돈 4억~5억 원을 빼면 모두 최근 2년간
벌어들인 액수다. 임씨는 "만일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면 평생 구경조차 하기 힘든 돈을 벌었다"면서 '적성에도 딱 맞아 앞으로 10년은 더 할
생각'이라고 만족해했다.
임씨 주변에는 그녀처럼 '암탉이 울어 집안이 흥한'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부동산은 여자만이
성공할 수 있는 전유물이라는 게 그녀의 판단이다.
*정보망·직감·안목...
*부동산-여자 최상의 궁합
부동산은 명실공히 여인천하의 영역이다. 여심을 놓치면 될 것도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그도 그럴 게 부동산 매매의 절대적인 비중이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거래다.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마나님(?) 때문에 엇나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팔 때는 몰라도 살 때는 특히 그렇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집 보러 오는 사람의 99%가 여자다.
때문에 성사시키기 제일 힘들 때가 여자 둘셋이 함께 올 때라고 한다. 이 징크스는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깨진 적이 없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넋두리(?)다.
뿐만이 아니다. 건설사도 주부들한테 백기를 들었다. 2002년 5월 망원동 우림아파트의 분양이
한 달간 연기됐는데 그 이유가 바로 주부들 때문이었다. 가구와 창호의 색을 바꾸고 벽장식을 화려하게 해 달라는 주부리더들의 요구를 건설사가 모두
받아들였다. 이 해프닝은 업계가 아줌마 파워를 받아들인 일종의 신호탄이 됐다.
강남아줌마의 반상회 담합 사건도 화제가 됐다. 일정 가격 이하로는 아파트를 팔지 못하게 사전에
가격을 담합한 사례였다. 시세조정 행위를 할 정도로 주주부의 부동산 입김이 커진 결과다. 부동산 귀부인들은 이제 몇 집이 모여 세무사까지
고용한다.
덩치가 큰 매물일수록 여성의 파워는 더 세다. 여심을 녹이지 못하면 부동산 매매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 탓이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한국의 치맛바람은 가히 세계적 브랜드다. 몇 년 전에는 '아줌마(azumma)'라는 단어가 영어사전에
등재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복부인'이란 존재도 비슷한 이유에서 의미가 있다. 부정적인 사례지만
출세가도를 달리며 권세와 부를 함께 누린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재산공개 와중에 낙마한 것은 어찌 보면 부인의 거센 치맛바람에 연유하는 바가
크다.
여성이 유독 부동산에 강한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여러 설(設)이 있다. 일단 생생한 정보망이
강점이다. 일상생활 주변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현장감각이 뛰어나다. 잡담 속에 묻어나는 알짜정보도 상상외로 많다. 수업료가 들지 않는
간접경험인 셈이다.
여성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도 한몫 한다. 특유의 섬세함은 부동산을 고르는 안목으로 연결된다.
직감 역시 대개는 뛰어난 편이다. 귀가 가벼울 것 같지만 부동산 여걸들은 '우이독경(牛耳讀經: 소귀에 경읽기)'에 일가견이 있다. 단편적인
정보와 감정에 따라 투자하는 여성은 별로 없다. 차라리 철저한 조사와 일관성이 있는 투자를 더 선호한다.
시장의 단기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당연히 남자보다 보수적이고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거래빈도 역시 적다. 하지만 머뭇거리지 않는 결단력은 남자보다 낫다. 비교적 대형거래인 부동산은 결단력이 최대 관건이다.
여자가 망설이다 대사를 그르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평범한 투자진리를 교본대로 지키는 데도 여자들은 탁월하다. 이런 게 쌓이면 엄청난 노하우다. 당연히 수익률과도 직결된다. 그렇다고 '모 아니면 도'식의 과감한 몰빵 케이스는 별로 없다. 부동산과 여자가 궁합이 맞는 이유다.
(Korea times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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